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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민심 르포] 혼란스러운 ‘보수의 심장’ 대구
“계엄 사과했나…아스팔트 보수 아부지도 부끄러워해”
“경제안정 위해 이재명 뭔가 할 것”
김문수 과반 안돼, 아재명 37% 선전
21일 찾아간 대구 중구 달성로 서문시장 입구. 손현수 기자

“계엄이고 탄핵이고, 제대로 사과한 게 뭐 있어요? 맨날 쌈박질만 하고. ‘아스팔트 보수’인 울 아부지도 부끄럽다 그럽니다.”(36살 회사원 이세진씨)

“(손으로 X자를 그리며) 이재매이(이재명이)는 꼽표(X)다. 미워도 우야겠노, 국힘당 찍어야지. 거짓말만 하는 금마보다는 김문수 그 양반이 훨씬 안 낫나?”(62살 주부 신아무개씨)

21일 대구에서 확인한 민심은 혼란스러웠다. 밑바닥에는 여전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향한 비토 정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지루한 단일화 줄다리기와 후보 교체 파동을 거친 국민의힘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문시장에서 그릇 가게를 하는 이계수(65)·박미숙(59)씨 부부는 “이재명은 거짓말을 자꾸 하고, 비리도 너무 많아서 싫다”고 했다. 그는 “죄를 지었으면 재판을 받는 게 당연한데 자꾸 피하려고만 한다. 서민들이 그런 식으로 죄를 지었으면 진작에 잡혀 들어갔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선 “단일화 과정에서 좀 아쉬운 건 있었지만, 그래도 후보가 됐으니 밀어줄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 시장에서 이불 가게를 하는 김아무개(60)씨 반응도 비슷했다. “김문수? 맘에 안 든다. 그란데 이재매이 그 마누라. 우리 같은 사람이 카드를 그 여자맹쿠로 써봐라. 바로 잡히 드간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서 ‘이번엔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경북대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임상지(27)씨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소개했다. 그런 임씨도 “계엄을 한 당의 후보를 어떻게 찍겠느냐”며 “이재명씨 말고는 딱히 뽑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는 대학원생 김동아(29)씨도 “누구를 뽑을지 고민 중이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마음이 기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은 정책을 추진하는 강단과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2일 두류공원에서 만난 퇴직자 박병수(66)씨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박씨는 “솔직히 인간적 호감은 안 간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안정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재명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하기는 할 거 같다”고 했다.

21일 찾아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입구.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현수 기자

달라진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2024년 12월3일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161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대선 지지율 예측조사 결과를 보면, 21일을 기준으로 대구·경북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48.6%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대구·경북 득표율 22.7%를 훌쩍 뛰어넘는 37.1%를 기록 중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만 18살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26.7%)에서도 김문수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49%에 그쳤다. 역대 대선에서 윤석열(75.1%)·박근혜(80.1%)·이명박(69.4%) 전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기록한 압도적 득표율에는 한참 못 미친다.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의 막판 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대구·경북을 담당하는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겨레에 “현장에 가보면 여론조사 수치로 보는 것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게 눈에 보인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였는데, 지금은 ‘이재명 대 김문수’ 선거로 거의 넘어왔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증된 유능함’을 앞세워 중도와 보수부동층 표를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국민통합위원장인 권오을 전 의원은 한겨레에 “평소 민주당을 찍지 않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재명이 일은 잘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서민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고, 약속한 정책들은 꼭 실천한다는 점을 강조해 마지막 한표까지 긁어모으겠다”고 했다.

21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역 공약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현수 기자

반이재명 정서와 국민의힘을 향한 실망감 탓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눈을 돌리는 유권자도 있었다. 이런 경향은 20~30대 남성에서 도드라졌다. 중구에 사는 회사원 김민재(37)씨는 “이재명도 김문수도 싫으니 이준석한테 눈길이 간다. ‘차선’까지는 아니어도 ‘차악’은 되는 거 같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이준석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21일 밤 취재를 마치고 들어선 북구 칠성동의 ㅌ식당에선 50~60대로 보이는 두 남자가 대선을 주제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흠 있어도 일 잘한다 카는 사람 뽑을 끼다. 욕할라믄 욕해라. 이번 판에는 이재매이다.” “이노마가 미친나? 이재매이를 뭐 믿고 찍노. 니, 내캉 앞으로 안 볼 끼가?” 팽팽한 긴장감이 식당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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