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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격전지를 가다] 대전 유성·대덕구

이재명 대세론 감지되면서도 지역 특유의 ‘신중함’ 엿보여
장년층 중심 ‘반이재명 정서’···일부 청년들 이준석 지지도
21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박민규 선임기자·성동훈 기자·연합뉴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은 이번에 ‘이재명 대세론’ 손을 들어줄까. 기자가 지난 21일 방문한 대전 유성구·대덕구 곳곳에서 대세론의 분위기가 읽혔지만 ‘반이재명’ 정서도 심심찮게 보였다. 두 지역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격차가 각각 1.16%포인트와 0.91%포인트를 기록한 충청권 최대 격전지였다.

생각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대전 사람 특유의 신중함을 보이며 아직 후보를 고르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통령과 국회 간 견제와 균형을 고민하거나 투표 포기를 얘기하는 등 복잡한 속내가 엿보였다.

이재명 후보를 뽑겠다는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과 탄핵 사태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황재훈씨(46)는 “민주당에 의원이 많으니 이 후보가 전 대통령과 부인이 저지른 폭정과 많은 잘못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 정부 내각에 있던 사람이라 윤석열과 비슷해서 해결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 경제 공약이 다른 후보들보다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모씨(27)는 “이재명 후보가 호감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의 연장선에 있는 후보가 나와서 영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씨는 “이번 대선에서는 (누가) 민주적 가치를 얼마나 더 훼손하는 세력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 후보 지지 뜻을 밝혔다.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의 KAIST 방문 당시 ‘입틀막’ 경호가 “엄청 큰 사건”이었다며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민주당 후보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되는 등 민주당 세가 강해졌다며 이재명 후보로 쏠리는 분위기도 전해졌다. “대전 손님들이 타면 이재명이 될 거라고 거의 다 그런다”(한 택시기사),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어서 이재명 찍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한 편의점 직원)는 얘기다. 생애 첫 대선 투표를 앞둔 충남대생 A씨(19)는 “이재명이 뭐가 낫다기보다는 뽑힐 것 같아서 뽑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 인근 사거리에 대선 후보들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광연 기자


장년층 위주로 김 후보를 찍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반감이 가장 컸다. 택시기사 김모씨(65)는 “김문수가 좋은 것보다도 이재명씨 그 양반이 워낙 싫다”며 “완전 범죄자다. 대통령 되면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탄핵을 많이 하니 윤석열이 계엄한 것”이라며 “잘못했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나”라고 말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다는 택시기사 정모씨(66)는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변호사까지 한 사람이 검사 사칭을 하나”라고 했다. 정씨는 “계엄은 무조건 잘못”이라면서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온천역에서 만난 이모씨(79)는 “자기 재판하는 판사나 검사를 다 탄핵하는 게 아주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세력 균형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뽑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편의점 직원 B씨(44)는 “국회는 야당(민주당)이 다 차지하고 있으니 대통령만큼은 여당(국민의힘)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라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한쪽으로 쏠려왔는데 균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대 초반 직장인 C씨도 “다수당이니 뭐네 말이 많잖나”라며 “한쪽에 몰아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층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일하는 30대 D씨는 “당선될 확률이 낮지만 젊은 사람들 표심을 보여주려면 젊은 후보를 선택하는 게 좋다”며 “그래야 정치하는 분들도 젊은 층으로 눈을 확 돌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AIST 대학원생 이모씨(32)는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부패하고 현실과 괴리된 기성 정치인 집단 전체를 불신하게 됐다”며 “그나마 기성 정치인과 제일 먼 성격이 이준석 후보 같다”고 말했다.

충남대에 다니는 여성 김모씨(24)는 “청년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뽑겠다며 “이준석 후보가 충남대에 와 학식도 먹고 대학생들과 가깝게 하려는 것 같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자유주의 우파 남성들이 찬성하는 후보이고 극단적 행보를 보인 적도 있어서 경계된다”며 이준석 후보의 남녀 갈라치기 행보에 비판적이었다.

대전 유성구 충남대 주변에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걸려있다. 박광연 기자


어떤 후보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요 후보들과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있었다.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58)는 “그놈이 다 그놈”이라며 “당선되면 공약을 실행하는 게 몇 개 안 되잖나”라고 말했다. 70대 후반의 아파트 경비원 E씨는 “어떤 후보는 너무 거짓말을 하고 어떤 후보는 능숙하지 않아 보인다”며 “옛날 같으면 딱 이 사람이라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유독 어렵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무소 사장 F씨는 “안 그래도 지난 18일에 한 대선 TV토론을 보고 있었다”며 “경제 공약에 관심 있는데 (후보들이) 다들 얼버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를 포기한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택시기사 송모씨(63)는 “김문수는 윤석열 버금가는 꼴통이고 윤석열 짝날 것 같아서 찍어주고 싶지 않다”며 “그렇다고 형수 욕설 등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이재명을 찍기는 싫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보수 후보를 찍어왔는데 이번엔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이재명이 대통령 돼도 나라는 절대 안 망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빨갱이 타령 같은 이념과 지역 갈등을 잘 정리하면 좋겠다”, “흑백·당파 논리 말고 합리적·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좋겠다”, “국가 이익을 생각하면 좋겠다” 등을 당부했다.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바라본 노은동 아파트단지 모습. 박광연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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