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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전자 지분 줄일 수도 있는데
삼성물산이 사온다면 李 지배력 유지 가능
에피스홀딩스, 유사시에 활용 가능한 ‘유동화 카드’

그래픽=정서희

삼성그룹이 바이오 분야 지배구조 개편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을 그룹 전체의 거버넌스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함으로써, 향후 이재용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는 데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큰 틀에서 ‘이 회장→삼성물산 or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직접 겨냥한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는데, 삼성그룹은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떼어내는 신설 법인 지분을 활용해 지배력 약화를 피하는 동시에 규제도 피해 갈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또 다시 고개 든 ‘삼성생명법’... 삼성생명, 전자 지분 18조 팔아야?
22일 투자은행(IB)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순·인적 분할해 신설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사업이 중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한 뒤, 바이오에피스를 에피스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게 이번 개편의 골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개편이 사업적 목적을 띤다고 설명했다. CDMO 회사가 신약 개발을 자체적으로 하는 건 금기시되고 있어 바이오로직스 밑에 바이오에피스를 두는 구조는 바이오에피스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완전히 분할하면 각 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오 지배구조 재편을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문제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이 회장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 문제는 이 지배구조에 삼성생명이 끼어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6%를 들고 있는데, 이는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5.0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17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내용의 법안이 19·20·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회기 종결로 자동 폐기됐었는데, 이번 국회에서 또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6%를 보유 중이다. 취득원가는 5401억원이지만 이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약 27조8400억원(22일 종가 기준)에 육박한다. 작년 말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19조8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이 통과할 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약 18조2000억원어치를 처분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요약하면 삼성그룹은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보유해 부족한 지분율(5%)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8.6%)은 줄여야 한다는 중장기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그룹 밖에 있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건 이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길인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다.

‘그룹 기둥’ 바이오로직스와 달라… 핵심 지배구조서 한발짝 떨어져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해결 방안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거론해 왔다.

먼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과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이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엔 여러 맹점이 있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의 본체이며 반도체와 함께 삼성그룹 내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다.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이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 자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가 바이오로직스를 지배하면, ‘삼성물산-삼성전자’ 간 고리만 남고 삼성물산은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합병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으로 오너가 실형을 살게 했던)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전자에 넘긴다는 건, 누가 봐도 사업 시너지보다는 오너를 의식한 의사 결정”이라며 “요즘 같은 때는 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할한다는 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단 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로직스와 비교해 지배구조 재편에 활용하기 덜 부담스러운 자산이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장 가치가 있으면서도 그룹의 핵심적 지배구조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어, 그룹 입장에서 ‘붙였다 뗐다’하며 교환 대상으로 쓰기 상대적으로 쉬운 전략적 자산이자 ‘유동화 카드’다.

추후 삼성물산이 가진 에피스홀딩스 지분을 삼성전자나 바이오로직스에 팔고, 그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더 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으로 인한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다. 에피스홀딩스 시가총액은 인적분할 기준으로 26조원 수준이다. 일부 프리미엄을 받고 판다고 해도 삼성물산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많은 것은 아니다.

에피스홀딩스 지분 매각하거나 JV 설립 가능… “몸값 34조가 적당”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에피스홀딩스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제3자와 합작법인(JV)을 만드는 식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물산은 그 돈으로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인수하는 게 가능하다. 삼성 바이오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에피스홀딩스가 인적분할 이후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3조557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34조원 수준이이었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작년 매출액은 1조5377억원이었다.

다만 시장의 전망은 밝다. 하나증권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영업가치를 34조3500억원으로 추산했다. 2027년까지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매출 전망을 현가화한 것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29조6000억원 규모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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