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투표 신청자, 20대 대선보다 14.2%↑
"내 조국이 더 나아지길" 소망 담아 투표
"좋은 대통령이 뽑혀야 교민 위상도 올라"
"내 조국이 더 나아지길" 소망 담아 투표
"좋은 대통령이 뽑혀야 교민 위상도 올라"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수인(28)씨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가 시작된 20일 도쿄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함에 표를 넣고 있다. 도쿄=류호 특파원
"계엄으로 한국인이라는 게 창피했고 내 나라가 걱정됐다. 이번 선거로 나라가 바로 서길 기대한다." (일본 가나가와현 이정은씨·42세)
내달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유권자들의 재외투표가 20일 세계 각지에서 시작됐다. 이번 재외투표는 전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25일까지 엿새간 실시된다. 이번 대선에 재외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는 25만8,254명으로 제20대 대선(22만6,162명)과 비교해 14.2% 늘었다.
해외살이 와중에도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내 조국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아 투표권을 행사했다. '12·3 불법계엄'과 '대통령 파면'을 나라 밖에서 지켜봐야 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선거를 "생채기가 났던 민주주의를 회복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외투표소인 도쿄 총영사관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출근 전 짬을 내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모여든 이들이 많았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윤수정(46)씨는 "도쿄와 먼 곳에 살다 보니 투표를 잘 안 해왔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유의 불법 계엄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일본에선 교민 3만8,600명이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지난해 6월 기준 41만1,043명)의 9.4%다. 유권자 수는 제20대 대선(2만8,816명)보다 34% 늘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제19대 대선(3만8,009명)보다 1.6% 많은 수치다.
"어려운 한중관계 풀어나갈 대통령 선출되길"
재21대 대통령 재외국민선거가 시작된 20일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투표소가 마련된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줄을 서고 있다.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베이징 주중국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120㎞ 가량 떨어진 도시 톈진에서 버스를 타고 온 교민 37명이 투표 행렬에 동참했다. 아침 9시에 버스에 몸을 실었다는 이재용(49)씨는 "예전에는 재외국민 투표에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한국 정치가 좋지 않다 보니 투표하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오늘 하루는 생업을 뒤로한 채 투표소에 왔다"고 말했다. 유학생 이래교씨는 "중국에서 8년 동안 살고 있는데 한중관계가 최근 너무 안 좋아졌다"며 "주변 국가와 사이가 좋아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차기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모두 10곳에서 투표가 진행된다. 올해 중국에 거주하며 선거인으로 등록한 한국인 유권자수는 2만5,154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교민 가장 많은 하노이선 재외투표 신청자 69% 늘어
20일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21대 대선 재외국민 선거 투표소에서 최영삼 대사 부부가 기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한국 교민이 거주하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투표소에도 교민들이 북적였다. 21년째 베트남에 거주 중인 권혁준(45)씨는 “내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니 위기에서 나라는 구할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지에 살고 있는 만큼 어떤 후보가 재외국민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는지 꼼꼼히 살펴봤다는 그는 "좋은 대통령이 뽑혀야 해외에 사는 국민의 위상도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는 하노이의 한국대사관에 8,620명, 호찌민총영사관에 7,466명, 중부 다낭 총영사관에 607명 등 총 1만6,693명이 재외선거 유권자로 등록했다. 재외선거 신청자 수는 19대, 20대 선거 대비 각각 69%, 21% 늘었다. 전 세계 재외선거 신청자 규모가 각각 12% 감소, 14.1% 늘어난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외투표지는 외교행낭으로 한국으로 보내져 봉함 및 봉인 상태를 확인한 뒤 중앙선관위에 인계된다. 등기우편으로 관할 구·시·군선관위에 발송된 다음 선거 당일인 3일 국내 투표분과 함께 개표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폭동 등 부득이한 사유로 재외투표지가 선거일 오후 6시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에 도착할 수 없을 경우 공직선거법 제218조의24에 따라 공관에서 직접 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