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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라 스칼라 아시아인 최초 음악감독
247년 역사 최고 권위의 오페라극장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겸임 시너지 기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247년 역사상 첫 아시아인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부산=뉴시스


“아시아 사람으로서 처음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나라를 빛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고, 꼭 해야 한다고 느끼죠.”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가'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72)의 음악감독 선임을 공개했을 때 전 세계가 '아시아인 최초'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하지만 그 점이 정작 정 감독에게 큰 의미는 아니었다. 정 감독은 36세 때인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극장 음악감독에 임명됐다. 첫 아시아인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이었다. 7세 때 서울시향과의 피아노 협연으로 음악 무대에 데뷔한 정 감독은 1979년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가 이끌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지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도쿄 필하모닉, 서울시향 등을 이끌어 온 그의 화려한 경력만 놓고 보면 라 스칼라의 선택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정명훈 "36년간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와 결혼하게 됐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의 홀에서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밀라노=AFP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의 홀에서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밀라노=AFP연합뉴스


정 감독이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지명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36년간 인연을 맺어 온 극장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72)에 이어 극장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이끌게 된 정 감독은 1989년부터 이 극장에서 84회의 오페라와 141회의 콘서트를 함께했다. 2023년엔 이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역사상 첫 명예 지휘자에 위촉됐다. 정 감독은 "라 스칼라는 36년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이제 친구가 아닌 가족이 돼 버려 책임이 커졌다"며 "36년간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스티유 극장을 맡을 때만 해도 에너지가 많아 하루 24시간도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져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초대를 받아도 너무 늦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라 스칼라 한 곳만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개관해 24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이다. 베르디의 '나부코',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투란도트' 등 현재까지 널리 사랑받는 오페라 걸작이 초연됐고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지냈다. 음악감독은 극장의 공연 레퍼토리 선정부터 단원 선발까지 음악적 전권을 행사한다.

정 감독은 자신의 인선 배경에 대해 "이탈리아 사람이 음악감독을 맡기를 원하는 정치가가 많았지만 오케스트라와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많이 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올 2월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의 총감독 취임도 영향을 미쳤다. 정 감독은 오르톰비나가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예술감독과 총감독을 맡았던 당시 많은 공연을 지휘했다.

"한국 사람들 좀 덜 날카로워져야... 더 많이 노래하길"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9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대공연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뉴스1


취임 후 일정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2026년 12월 7일 시즌 개막 첫 작품은 베르디의 '오텔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정 감독은 "라 페니체에서 17년간 오르톰비나와 특별한 베르디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라 스칼라와의 작업 중 의미 있는 공연을 묻는 질문에도 베르디를 꼽았다. 정 감독은 "내가 음악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사랑과 이해의 메시지, 진리"라며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를 '팔스타프'라고 알지만 그의 가장 위대한 마지막 작품은 밀라노에 음악가들을 위한 양로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천재가 항상 훌륭한 인간적 특성을 지니지는 않지만 베르디는 다르기 때문에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의 작품에 바쳤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이 베르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꿈과도 닮았다. 그는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라 스칼라 음악가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겠다"고 했다.

정 감독은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 예술감독과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을 겸직하게 된다. 그는 두 오페라극장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한쪽은 세계 정상 한쪽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 만큼 자신의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라 스칼라가 열매를 맺는 곳이라면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씨를 뿌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부산에 대해서는 "오페라가 뭔지 관심을 가지는 청중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며 “좋은 씨를 심어 물을 뿌리고 거름을 주는 일이 지휘자의 책임"이라고 했다.

극심해진 사회 분열과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음악을 더 사랑해 달라는 바람도 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덜 날카로워졌으면 해요. 서로 같이 노래하면 싸울 수가 없거든요? 더 많이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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