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어제 열린 6·3 대선 첫 방송토론에서 ‘트럼프 시대 통상 전략’을 놓고 부딪쳤다. 이재명 후보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국익”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고, 김 후보는 “당선되면 한미 정상회담을 바로 개최하겠다”며 조속 타결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토론이 이념 공방으로 번지며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국익이 걸린 민감한 전략 방향까지 여과 없이 드러내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후보는 “미국이 여러 요구를 해도 이를 100% 다 수용할 필요는 없다”며 한미 통상 협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관세 협상에서 미국도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 부과한 관세를 100%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자극할 만한 발언이다. 이 후보가 전략적 균형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당장 ‘친중국적’이라고 협공했고, 이 후보는 실용주의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김 후보는 “한미는 여러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며 조속 타결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중요한 협상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북핵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 등 안보 현안들까지 열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패키지 딜’ 수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안보 문제는 통상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 입장과도 어긋난다.
권 후보가 “윤석열 내란에는 꼿꼿했던 김문수가 왜 미국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냐”고 꼬집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꿇릴 게 없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권 후보는 “경제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약탈적 통상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론을 쏟아냈다.
누가 당선되든 향후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대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가 협상 전략을 공개하거나, 협상 여지를 스스로 좁히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남은 토론에서는 후보자들의 보다 성숙한 토론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