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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거꾸로 털고, 곡물은 체로 쳐서… “병해충 유입 차단”


지난 15일 오후 인천 중구 내항에 정박한 한 선박. 전신 방역복에 장갑, 헬멧까지 착용한 검역관이 계단을 따라 8000톤의 미국산 밀이 실린 곡창(홀드) 내부로 내려갔다. 무수히 쌓인 밀 더미 위에서 검역관은 흰 천을 펼쳐놓고 체를 쳤다. 벌레나 알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절차다.

2인 1조로 이뤄지는 선상 검역은 위험도가 높거나 대량 수입되는 곡물류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곧바로 이뤄진다. 병해충이 한 마리라도 발견되면 정밀검사를 거쳐야 하며, 합격 판정을 받아야만 유통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인천 축항대로의 냉장 보세창고 안. 섭씨 0도 안팎의 냉장 공간에 중국·일본·동남아시아산 마늘종, 고구마 줄기, 국화, 카네이션 등 화훼·채소류가 팔레트 단위로 대기 중이었다.

검역관들은 무작위로 샘플을 추출해 검사대에 올린 뒤, 국화를 거꾸로 들어 손뼉 치듯 흔들고, 줄기는 불빛이 들어오는 돋보기로 하나씩 살폈다. 총채벌레나 나방 유충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검역 대상은 절화 약 22만송이 중 1200송이 이상이었다.

중국에서 들어온 마늘종 역시 검사 대상이다. 꽃봉오리가 남아있는 상품은 검역관이 꽃봉오리를 칼로 절개해 벌레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혹시 모를 외래 해충 유입 가능성을 대비한 절차다.

지난 15일 오후 인천 중구 내항에 정박해 있는 선박. 선박 안에는 미국산 밀이 실려 있다. /김민정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인천항은 중국·동남아로부터 신선 채소와 절화류가 많이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에 병해충 유입 가능성이 크다. 전국 수입 식물 검역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검역 거점으로 꼽힌다.

김정희 검역본부 본부장은 “매일 반복되는 동식물 검역이야말로 국민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 1차 방어선”이라며 “특히 인천항을 담당하는 중부지역본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물동량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만큼, 병해충 차단의 중책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부지역본부는 인천항·평택항·대전·충청 지역을 포함해 전국 농산물 수입량의 절반, 축산물 수입량의 11%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과수화상병같은 식물병은 물론 붉은불개미, 과실파리 등 주요 병해충에 대한 상시 예찰과 방제를 한다. 붉은불개미는 매년 10회 이상 발견된다.

인천 축항대로 보세창고에서 꺼낸 중국산 마늘종의 꽃봉오리를 절개해 살펴보는 검역관 모습. /김민정 기자

최근에는 수입 물류의 다변화에 대응해 검역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컨테이너 단위 대형 물량 검역이 중심이었지만, 택배식 특송화물이나 소량 혼합(LCL) 물량도 증가하면서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검역본부는 올해부터는 불법 반입 농축산물을 조직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역수사단도 운영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70만7000톤의 식품이 수입됐다. 건수로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20만3000건에 달했다. 정부가 수급·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할당관세를 확대 운용하면서, 외국산 농수산물 반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수입이 늘면 검역 부담도 함께 커진다.

검역본부는 국산 농산물의 수출길을 여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제검역협상을 통해 최근 호주로 샤인머스캣을 수출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베트남 참외·멜론, 브라질 딸기, 뉴질랜드 쌀 수출 협상을 잇달아 타결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국경 검역은 병해충을 막는 것을 넘어, 농업 경쟁력과 수출 역량을 지키는 전초기지”라며 “수출 확대, 검역 요건 개선, 불법 반입 차단을 아우르는 전략적 대응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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