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TI ‘예측! 6·3 대선’의 ‘대구·경북 지지율 추이’ 화면 갈무리. 5월16일 현재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7.6%에 그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전통적 보수 강세지역인 대구·경북에서 고전하고 있다.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가 무산되고, 국민의힘이 ‘윤석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4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4%)한 결과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51%, 김문수 후보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8%였다. 갤럽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50%선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 후보의 강세는 영남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문수 후보가 48%에 그친 대구·경북에서 이 후보는 34%을 얻었고, 부산·울산·경남에선 이재명 후보가 41%로 김문수 후보(39%)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부터 2025년 5월 15일까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141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대선 지지율 예측조사 결과를 봐도 16일을 기준으로 대구·경북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47.6%에 머물러 있는 반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대구·경북 득표율 22.7%를 훌쩍 뛰어넘는 33.1%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이재명 후보가 42.9%로 김문수 후보(39.5%)를 앞선다.
김문수 후보의 영남권 지지율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득표율에 견주면 한참 떨어진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대구·경북에서 73.9%, 부·울·경에서 57.8%를 득표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22.7%, 부산·울산·경남에서 38.2%에 그쳤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영남권에서 김문수 후보가 고전하는 것에 대해 “최근의 윤 전 대통령 탈당 논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대선이 18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윤 전 대통령 탈당으로 당이 시끄러운 데 대한 피로감이 크다. 지역에선 ‘언제까지 윤석열 얘기만 할 거냐. 대선 이길 생각이 없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영남권 재선 의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가 불발된 뒤 당에 실망한 사람이 꽤 있다”며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건 김문수 후보 쪽도 마찬가지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대구·경북과 부울경에서 부진한 게 뼈아프다. 대구·경북에서 80% 이상 얻지 못하면, 이번 대선은 진짜 어려워진다.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17일 오전 9시 경북도당에서 연석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선거 상황을 점검하고, 효율적인 선거 방식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