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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 공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달 중 수련병원에 복귀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가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의 5명 중 1명꼴이다. 정부는 이달 내 추가 모집을 열기로 하고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전공의 복귀 의향 설문조사에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 수행하는 프로그램) 사용과 같은 조직적인 방해 움직임도 포착됐다.

1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장 협의체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대수협)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이달 중 수련병원 추가 모집을 열어준다면 "즉시 복귀하겠다"는 응답자가 약 1000명으로 집계됐다. 필수의료패키지 조정, 수련 공백 3개월 면제 등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복귀' 응답자는 3000여명이었다.

신재민 기자
조사에 관련된 의료계 관계자는 "중복 답변 등을 걸러냈더니 복귀를 원한다는 응답자 4000여명 중 60%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약 2400명이 복귀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일부 전공의가 정부에 "복귀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이뤄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확인된다면 5월 중이라도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수협은 조사 결과를 지난 14일 복지부에 전달했다. 대수협은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와 함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복지부에 '수련 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 공문을 보냈다.

이들 단체는 "전공의 수백 명이 수련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5월 추가 모집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5월 특례 조치를 통해 2년간 연속으로 전문의 배출이 파행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라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509명으로,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주 전국 수련병원에 전공의 추가 모집을 허용하는 공문을 내려보낼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확인됐다고 보고 병원들이 다음주 중에는 추가 모집 공고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모집은 통상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는데, 수련 마지막 해인 3·4년 차 레지던트가 내년 2월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이달 말까지는 복귀해야 한다. 이달을 넘겨 복귀하면 내후년에나 전문의 자격을 딸 수 있다.

지난 14일 서울 한 대학병원 전공의 기숙사 모습. 뉴시스
대수협 설문조사 과정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조직적인 방해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사직 전공의 수(1만여명)를 넘어서는 응답이 접수됐고, 5초 또는 10초 간격으로 답변이 입력되는 등 비정상적인 응답 패턴이 포착된 것이다.

의사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엔 "반대 1만개 채웠다"며 반대 응답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강경파 전공의들이 설문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매크로를 돌린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실제 복귀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 상당수가 입영 특례(수련 종료까지 입영 유예)나 수련 특례(종전 진료과목·연차로 복귀) 등의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입영 특례는 국방부 협의 사항이기 때문에 확답하긴 어렵다"면서도 "복귀 전공의가 수련 도중 입영하는 일은 없도록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잇따라 열렸던 두 차례 특례의 지원율은 각각 1.4%(모집 대상 7645명 중 104명)와 2.2%(9220명 중 199명)에 그쳤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1672명으로, 의정갈등 이전의 12.4% 수준이다. 추가 모집이 열리면 복귀하겠다는 한 전공의는 "지난해 강경 일색 분위기는 완전히 깨졌다"며 "전공의들도 자기 자리가 언제까지 보전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제라도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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