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은퇴 계획을 전격 발표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사진)가 90세를 넘기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 것이 은퇴 결심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14일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90세가 될 때까지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이는 정말로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올해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마법의 순간’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나이가 드는 그날을 어떻게 알겠나”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균형을 잃거나 사람 이름을 떠올리는 데 애를 먹고, 신문의 글자가 흐릿해지는 등의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63)의 업무 수행 속도가 자신을 앞서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버핏 회장은 “그와 내가 하루에 10시간 동안 해내는 일의 양을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일을 처리하고 경영에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그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었다. 버크셔가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그간 월가에서 버핏 회장이 사망할 때까지 평생 버크셔의 CEO로 남을 것으로 예상해왔던 것과 달리, 버핏 회장 자신은 평생 CEO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CEO 일을 하는 데 다른 누구보다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한 CEO로 남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은 놀라웠다”고 말했다.
60년간 버크셔를 이끌어온 버핏 회장은 내년 1월1일자로 에이블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넘겨준다. 버크셔 이사회 회장직은 유지한다.
버핏 회장은 남은 8개월간도 전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기분이 좋다는 점에서 내 건강은 괜찮다”며 은퇴 후에도 “집에 앉아서 연속극을 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나이와 관계없이 투자자로서 자신의 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 전이나 40년 전, 60년 전에 결정했던 일들에 대해서 지금도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나는 시장에 공황이 오면 쓸모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나는 주가가 내려가거나 모든 이가 겁을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