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최근 통화하며 “탈당을 포함해 무엇이든 후보의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舊) 여권의 자진 탈당 요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거취를 사실상 김 후보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김 후보와 통화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시라”며 “대선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후보에게 “의리와 신의 같은 걸 따질 때가 아니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측근 인사는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김 후보의 뜻대로 따른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언제든지 수용할 뜻이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계신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은 결국 김 후보의 분명하고 직접적인 요청이 있으면 탈당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김 후보 측과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자진탈당 압박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보수 성향 정치 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전날 YTN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이 희생적인 결단을 먼저 하는 게 가장 모양새가 좋다”며 “중요한 건 당이 요구해서 밀려나듯 출당되면 당은 공멸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 후보는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방문 현장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 필요성 관련 질문에 “대통령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며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답변했다. 윤 전 대통령의 내심 결단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시는지 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본인의 뜻”이라고 언급한 것보다 윤 전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하는 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간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나를 밟고 가라’는 살신성인 결단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제2의 6·29 선언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6·29 선언은 1987년 6월 대통령후보였던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한 특별선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윤 전 대통령의 결단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관점에서 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탈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