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환율 관련 대면 협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일 오후 야간거래에서 가파르게 하락해 1400원대를 밑돌았다. 미국이 협의에서 원화 가치 절상을 요구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원화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최지영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부차관보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외환시장 운영 원칙에 관한 상호 이해를 공유하고, 향후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2+2 통상협의’에서 환율을 4대 의제 중 하나로 정한 만큼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를 계기로 대면접촉을 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지영 차관보는 ADB 연차총회에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4.2원 오른 1420.2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규장 이후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오후 7시 현재 139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간거래와 달리 환율이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한·미 양국이 환율 관련 대면 논의를 했다는 소식이 구체적으로 전해지자 달러 매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그간 미 재무부와 환율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접촉 시기, 협의 내용 등은 함구해왔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락했던 대만달러·달러 환율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일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29대만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 2거래일 만에 약 9%나 하락(대만달러 가치 상승)했다. 시장에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대만이 협상에 우호적 여건을 만들기 위해 대만달러의 강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대만 정부는 미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