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서울고법에서 진행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 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김 전 부장이 1980년 5월 사형 당한 지 45년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3일 김 전 부장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검찰이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부장 재심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한 달 만에 군법회의에 기소된 김 전 부장은 같은 해 12월 20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이듬해 5월 24일 대법원 확정 판결 사흘 만에 형이 집행됐다. 유족은 김 전 부장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는 그로부터 약 5년 만인 올해 2월 결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김 전 부장을 수사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의 폭행·가혹행위 등을 이유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 또는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 등에 재심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수사관들이 김 전 부장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전기 고문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심 사유의 존재가 확정판결에 준하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법률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