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3번째 공판
‘첫 지상 출입’ 포토 라인은 말없이 지나쳐
‘직권남용’ 추가 기소 건은 다음 기일 진행
‘첫 지상 출입’ 포토 라인은 말없이 지나쳐
‘직권남용’ 추가 기소 건은 다음 기일 진행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했던 군 간부가 12일 “계엄 이후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껴 증언을 결심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오상배 전 국군 수도방위사령관 부관(대위)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오 전 부관은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같은 차량에 탑승해,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수차례 전화로 ‘의원 끌어내기’ 등을 지시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이날 검찰이 증인신문을 진행하며 ‘지난해 12월18일 1차 조사 때는 관련해서 언급하지 않다가 이틀 뒤 2차 조사에서 이 내용을 진술한 이유’를 묻자, 오 전 부관은 “피고인 측 석동현 변호사의 기자회견 뉴스를 봤는데, 윤 전 대통령이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고 하는 내용이 나왔다. 사실과 달라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윤석열)이 법리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고, 책임을 다 질 거로 생각했는데 제가 아는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며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오 전 부관은 이날 진술에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 간 통화가 4차례 이뤄졌다며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 전 부관은 국회 앞에 출동해 대기하던 중 첫 전화가 왔는데, 당시 군용 비화폰에 ‘대통령’이라고 떠서 이 전 사령관에게 건넸다고 했다. 스피커폰은 아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이 전화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둘러업고 나와라’고 말했다고 전했고, 세 번째 통화에서는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 전 사령관이 충격을 받은 듯 대답을 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이 대답을 강요하듯 ‘어, 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네 번째 통화에선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 해제돼도 내가 두 번, 세 번 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총 쏴서 들어가라’ 지시 들을 때 ‘이건 진짜 아니다’ 생각”
오 부관은 “총을 쏴서 들어가라는 지시를 들었을 때 총을 ‘팡팡’ 쏴서 사람들이 겁에 질려 엎드리고, 그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을 연상했다”며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1차 조사 때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진술하는 것에 대해 불이익이 있을까 봐 두려웠고, 워낙 많은 사람이 있어서 내가 진술하지 않아도 사건이 드러날 것으로 생각해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단은 “1차 조사 이후 검찰이 석동현 변호사 관련 기사를 보내주며 진술을 바꿔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한 게 아니냐” “총을 쏘는 이미지를 연상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실탄도 없이 출동한 상황에서 그런 상상을 한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기억 왜곡 같다” “증인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걸 말하면 위증이 된다”며 문장 하나하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에 대해 오 전 부관은 “저는 그렇게(위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사령관이 건네준 비화폰 화면에 정확히 ‘대통령님’이라고 떠 있었다고도 재차 확언했다.
재판부는 오 전 부관의 수사기관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증거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반발하고 있어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따로 재판기록에 기재해 두기로 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에 대한 증인신문과 반대신문도 진행하려 했으나 시간 이 부족해 검찰의 신문 중간에 재판을 종료했다.
법원이 앞선 두 차례 공판기일과 달리 지하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지상을 통해 출입해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원 청사 서문 앞에 설치된 취재진의 포토 라인을 지나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휴정 때 굳은 표정으로 변호인들에게 “시간이 안 맞다” “말이 안 되잖아 말이. 거짓말이다” 등의 말을 건넸으나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 1일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에 대해 사건을 병합해 재판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공소장을 송달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