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45%→30%, 中 125%→10%
아시아 및 유럽 증시 일제히 상승
최종 무역 정상화될지는 미지수
아시아 및 유럽 증시 일제히 상승
최종 무역 정상화될지는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11월 9일 중국을 찾은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일단 90일간 대폭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모두 보복을 거듭해 100%가 넘는 최고 세율을 부과하며 '치킨게임' 국면으로 치닫던 미중 관세 전쟁이 스위스에서 열린 무역 협상을 통해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미중, 양국 상호 관세 115%p 인하키로
스콧 베선트(오른쪽)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과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발표된 '제네바 미중 경제·무역 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양국 간 경제·무역 관계가 양국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지해,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이며 상호 이익이 되는 양자 경제·무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관세 중 115%포인트를 내렸다.
우선 미국은 지난달 2일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산 물품에 부과된 상호관세 총 34% 중 24%를 90일간 일시 중단하고, 나머지 10%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지난달 8일과 9일에 부과한 추가 상호관세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세 갈등 이후 추가 관세를 부과해 총 관세가 145%까지 올랐다. 상호관세 부과 후 보복 목적으로 올린 추가 관세를 모두 취소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에 두 차례 10%씩 매긴 펜타닐 관세를 포함해, 총 145%에서 30%로 대폭 인하된다.
중국, 비관세 보복 조치도 90일간 유예
랴오민(왼쪽부터) 중국 재정부 부부장과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중국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지난달 4일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34% 보복 관세 중 24%는 90일 유예하고 10%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총 125%까지 올렸던 맞불 관세를 취소키로 하면서, 미중 관세 전쟁 발발 후 중국의 대미 추가 관세는 총 10%로 크게 낮아졌다. 아울러 중국은 지난달 2일 이후 도입한 중국산 희토류 수출 규제 조치 등 비관세 보복 조치도 90일간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중국과의 협상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고, 중국 상무부는 "이번 회담의 성명은 양국 간 평등한 대화로 이견을 해결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했다. 양측은 14일 전까지 이번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추후 관련 경제·무역 사안에 대한 실무급 협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합의 소식에 불안정했던 글로벌 금융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이날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상승 시작했고, 미국 뉴욕증시 선물 시장은 2% 이상 급등했다. 테슬라(7%)와 아마존(5%) 등 미국 기술주 역시 장외에서 상승 거래되고 있다.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으나 금 가격은 하락세다. 미 CNN방송은 "격화하던 무역 전쟁을 완화하고 세계 시장을 활성화하는 놀라운 돌파구"라 평했다.
WP "이번 합의, 해결책은 아냐… 정상 간 만나야"
이번 합의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고위급 무역 협상의 결과다.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 담판 대표 겸 부부장 등이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얼굴을 맞대고 관세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간 중국은 미국발 무차별 관세 전쟁에 '강대강' 전략으로 맞서왔다. 이후 지난달 25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미국과 관세 문제 관련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 사실상 '체면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합성마약 펜타닐 대응 관련 협상을 미끼로 이달 초부터 양측이 대화를 시작하면서 양국 간 무역 전쟁 발발 후 첫 공식 경제·무역 대화가 성사됐다.
다만 이번 합의가 최종적인 무역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합의는 해결책이 아니다. 이날 회담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기 침체를 피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WP는 "이날 발표는 미중 간 추가 회담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 간 만남을 거쳐야 관세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