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초등학생 살해 사건 계기로 발의
교총 “교육활동 위축 우려”···‘과잉 입법’ 지적도
교총 “교육활동 위축 우려”···‘과잉 입법’ 지적도
서울 배명고 교실 모습. 배명고 인스타그램 갈무리
학교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교실 내 CCTV 설치가 사실상 가능해져 찬반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서울 시내 일부 학교에선 이미 교실에 CCTV가 설치돼 운영 중인 상태라 교원단체는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 우려한다.
지난 27일 국회 교육위에서 의결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CCTV 필수 설치 장소에서 교실을 제외했다. 다만 학교장이 학생·교직원·학부모의 의견을 청취하고 학운위 심의를 거치면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실질적으로는 교실 내 설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학교 1만2146곳 실내·외에 설치된 CCTV는 총 36만5875개다. 이 중 교실에 설치된 CCTV 수는 916개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명고는 이미 지난해 11월 교실 내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학교 측은 학생 안전 향상, 학습 태도 개선, 통합 교육 대비, 교권 보호 역할, 교육 활동 투명성 확보 등을 교실 내 CCTV 설치 목적으로 설명했다. 학생지도부장은 “실질적으로 교육 활동에서 CCTV가 정작 필요한 곳이 어딘가 했을 때 해당되는 곳이 교실”이라며 “CCTV 설치가 선생님, 학생의 감시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회의록에서는 학부모 위원들의 동의 의사가 대체적으로 확인된다. 한 학부모 위원은 “학부모 입장에선 사교육 기관에서 이미 CCTV가 설치돼 익숙하고 가정에서도 서버에 접속해 수업 태도를 확인하기도 한다”며 “CCTV 설치에 찬성하나 선생님들이 부담을 느끼실 것 같다”고 했다. 당시 교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하는 학교 구성원들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학운위에서 안건이 가결되면서 설치는 그대로 진행됐다.
학교 복도나 현관 등 공용 공간은 CCTV 설치가 비교적 허용되는 분위기인 반면, ‘교실 내 설치’에 대해서는 학생 인권과 교사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가 개인의 초상권, 프라이버시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 기본권을 제한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배명고 교실 모습. 배명고 인스타그램 갈무리
학교장 의견 청취나 학운위 심의 등을 거치도록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교 구성원이 거부 의사를 드러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겉으로는 자율인 척하지만 실상은 악성 민원과 외부 압력에 취약한 학교장에게 무한 책임을 지워 CCTV 설치가 강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절대 다수의 교사들은 교육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며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교육활동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 생활지도, 인성 습관 형성 지도가 위축돼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이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지만 범죄 예방 효과나 교육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월 열린 교육위 법안소위에서도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의무화가) 너무 법 만능주의 아닌가”라며 “사후에 책임 추궁을 위한 수단이 된다고 하면 학교 구성원 간의 신뢰 회복보다 불신이나 갈등 조장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