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이 지난 12월17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안경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락치 장관은 지난 12∼13일 알자지라 및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통제했다며 미국이 군사공격이라는 오판을 말고 이란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옵션이 배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켜보겠다”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14일 “우리는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형 계획도, 한 건 또는 여러 건의 처형도 없다"며 이 소식의 출처로 “믿을만한 당국” “다른 편의 매우 중요한 소식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옵션은 배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하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소식을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받았다”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언론에서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보도 뒤에 나왔다. 앞서, 로이터는 중동에서 미국의 최대 기지인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일부 요원들의 철수가 권고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란으로부터 “매우 좋은 말”도 있었다며,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도 시사했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공격에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주말 이후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친정부 집회가 열렸고, 군부까지 나서 시위 진압에 나섰다. 과격해진 시위에 보수파들이 정부 쪽으로 결집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스라엘 채널12의 해설가 야후드 야아리도 지난주 “이스라엘 대중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이란이 붕괴되지 않고 있다고는 명확히 말해야만 한다”며 “최근 이스라엘 언론들이 이란에서 상황을 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의 공격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와 함께 미국의 대규모 공습을 유보하기를 제안했다고 미국 엔비시(NBC) 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엔비시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당국자들은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정권이 아직 미국의 군사 공격이 ‘결정적인 일격’을 가해 정권을 무너뜨릴 만큼 충분히 약화되지는 않았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이스라엘은 이란 내 인터넷 차단 조처를 우회할 통신 지원이나 사이버공격, 지도자급 인사를 겨냥한 공격 등 이란 정권을 약화하고 시위대를 지원하는 다른 방식의 개입을 미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란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서 미국 쪽이 이란에 투입한 인터넷 연결 위성망 스타링크 등을 무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전과는 달리 이번에 시위를 감시하고,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기술적 지원을 이란에 아끼지 않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보도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카리브해로 군사력이 빠져나가 중동에서 전력이 완전하지 않기도 하다. 중동에 현재 항모전단은 없고, 6척의 전함만 배치됐다. 카리브해에는 12척의 전함과 제럴드포드 항모가 있다. 전투기가 배치된 항모전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공습에 상당한 제약이 있고, 전투기 보호에도 제한이 따른다. 즉, 효율적인 공격과 보호를 위한 ‘공격 편대’가 구성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란이 미사일로 반격했을 경우 취약해질 수도 있다.
이란은 혁명수비대는 물론이고 정규군까지 미국의 공격에 보복한 태세와 의지를 천명하면서, 미국 쪽에 대화와 협상을 제안하고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알자지라와 회견에서 “만약 워싱턴이 과거에 사용했던 군사 옵션을 다시 ‘시험’하려 한다면, 우리는 그에 대비돼 있다”며 “지난 전쟁 당시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광범위한 군사적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현명한 선택”으로서 대화와 외교를 택하기를 희망하면, 위협과 조건없는 핵 협상 재개가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폭스뉴스와 회견에서도 “3일간의 테러 작전 이후 지금은 차분하고, 완전한 통제 하에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외교를 선택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아락치는 이 회견에서 트럼프가 공격의 조건으로 삼았던 처형에 대해 “어떠한 교수형 계획도 없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차제에 이번 사태를 그동안 논의를 꺼리던 핵 문제를 포함한 협상국면으로 몰고 가려는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 아락치 장관은 알자지라 회견에서 “나와 미국 특사 스티브 윗코프 사이의 접촉은 시위 이전과 이후에도 계속되어 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국제정책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시나 투시는 알자지라에 “오늘 트럼프의 발언은 체면을 차리고 빠져나가려는 방법을 찾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나 공격을 100%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