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25 하반기 베스트애널리스트]
“지금 들어가도 될까.”
새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4600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쓰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기존 대장주들이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이미 충분히 올랐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상승과 변동성의 갈림길에서 각 종목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게 2026년 투자전략을 물었다.
이들이 올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끌 주도주로 꼽은 종목은 이미 명실상부 ‘대장주’ 역할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키워드는 ‘실적’이다. 이들은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함께 미국 시장 변화에 따른 상승 호재를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삼양식품, 로보티즈 등 지난해부터 각 섹터를 이끌어온 대장주가 올해도 증시를 떠받칠 것으로 전망됐다.
거시경제를 살피는 매크로 분석가들은 올해 6월로 예정된 Fed의 휴지기를 경고했고, 인플레이션 추이와 금리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상반기는 실적, 하반기는 밸류에이션 중심의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은 2026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김선우 메리츠증권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급 격차가 ‘역사상 최대폭’으로 벌어진다고 전망했다. 그는 SK하이닉스를 톱픽으로 꼽으며 적정 주가를 91만원으로 제시했다. ‘주주가치 제고안(ADR)’과 글로벌 파트너십 가능성 등 주가 상승 촉매가 여전하다는 이유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다. 반도체 수급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의 변화다.
B2C(소비가전) 위주였던 소비구조가 B2B(데이터센터)로 이동하며 수요의 한계 예측이 어려워졌다. 반면 공급업체들은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공급량의 반절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2024, 2025년 연거푸 설비투자액을 감소시켰다”며 "2027년까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전지 김현수 하나증권
7회 연속 2차전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성장의 축이 전기차 배터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ESS가 에너지 전략 물자 성격이 강한 안보자산으로 떠오르면서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를 감당할 ESS가 핵심 설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투자 최선호주로는 ESS 배터리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을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6년 영업이익 중 절반 수준이 ESS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향후 MS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의 ESS 수요를 따내는지 여부가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김홍식 하나증권
‘통신 1위’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꼽은 톱픽은 KT다. 그는 2026년이 통신혁명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킹 이슈로 통신 기업이 휘청였던 2025년과 달리 2026년은 통신이 주도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통신 산업의 핵심인 ‘5G 단독망(5G SA)’ 도입으로 요금제 개편 기회가 마련되고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통신장비 업체와 통신서비스 기업 모두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통신주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KT를 추천하며 “2026년 상반기 7만6000원까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스마트폰 양승수 메리츠증권
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테랑이 수두룩한 전기전자·스마트폰에서 1위에 오른 신예다. 젊은 나이(31세)에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한 그는 올해 AI 투자 흐름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 출시를 꼽았다.
루빈이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면 엔비디아 중심 체제가 강화되고 그렇지 못하면 특수목적용 AI 칩(ASIC) 등으로 AI 시장이 다극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것이다.
투자 최선호주로는 두산을 꼽았다. 두산 전자BG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미 블랙웰 플랫폼에서도 북미 고객사 내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차세대 루빈에서도 기존 공급망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실적 성장과 기업 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소프트웨어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담론 수준이었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숫자로 증명한 분석가다. 그는 올해 한국 증시에서 플랫폼 종목이 다시 빛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날 경우 주가가 빠르게 재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용자를 잡아둘 키는 AI다. 그는 네이버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네이버도 구글처럼 AI 브리핑 침투율이 상승하면서 체류 시간의 반전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터·레저·미디어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출산 후 복귀하자마자 엔터·레저·미디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는 올해 콘텐츠·엔터 시장의 상반기 핵심 변수로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위상 변화를 꼽았다. 중국과의 문화교류가 성사될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엔터·레저·미디어 섹터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의 경우 기대감만 높아진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수는 ‘BTS의 컴백’이다. 그는 “BTS의 이번 컴백은 엔터 업종 실적과 모멘텀, 수급을 모두 이끌 K팝 역사상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로는 ‘수급’을 꼽았다. 반도체와 제약·바이오주가 동시에 오르고 우주·2차전지 종목까지 가세하는 ‘불장’에서 콘텐츠나 엔터주까지 돈이 흐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그는 “엔터·레저·미디어 투자전략은 중국, 미국 이슈와 상관없이 증익 폭이 큰 업체 중심으로 매수하는 것이 좋다”며 하이브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그는 2026년 하이브 영업이익을 5225억원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38만원으로 제시했다.
유통 주영훈 NH투자증권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년 만에 유통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는 올해 유통 기업이 명확하게 상고하저의 실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톱픽으로는 신세계를 제시했다. 백화점 산업은 명품 성장률이 여전히 높고, 수년간 부진했던 의류 시장 회복까지 시작되며 모든 유통 업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주 애널리스트는 신세계가 주요 점포 리뉴얼 효과가 본격화되며 가장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면세점을 포함한 자회사 수익성 또한 개선되며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추정했다.
운송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지배구조 문제’가 상반기 운송업 주가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전망했다. 그는 “운송 기업은 단순한 실적 개선만으로는 전통산업 이미지에 따른 디스카운트(저평가)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기업 가치 제고를 뒷받침할 명확한 투자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호주로는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을 꼽았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이 구체화하되는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 통합을 마무리해 시장 재편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보험 업종이 그동안 실적에 부담을 줬던 저평가 요인에서 벗어나 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구조의 개선이다. 그는 관리급여 제도 시행과 5세대 실손보험 출시로 의료비 과다 청구 부담이 줄고 자동차보험 요율 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주주환원의 걸림돌이었던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개선되면서 배당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임 애널리스트는 보험업종 최선호주로 현대해상을 꼽았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이할 증권업종은 “대형사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일수록 자본을 재투자해 수익을 불리는 ‘복리효과’가 실적에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증권업 최선호주로는 한국금융지주를 제시했다.
은행·신용카드 최정욱 하나증권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은행주를 둘러싼 리스크가 해소되며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은행주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과징금 이슈’를 꼽았다. 은행주는 지난해 금융 사고로 인한 과징금 이슈가 불거지면서 코스피 훈풍 속에서도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최 애널리스트는 과징금 이슈가 단기적 불확실성일 뿐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최선호주로는 과징금 리스크 해소 시 큰 폭의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KB금융을 제시했다. 비과세 배당 확대 시행 여부도 배당 매력을 높여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틸리티 문경원 메리츠증권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원전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 종목으로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국전력 등을 꼽았다. 특히 올해 한·미 원전 협력 가능성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가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애널리스트는 “미국과의 원전 협력은 완전히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2026년 이후 원전 산업 내 가장 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미국 SMR 시장의 본격적인 상용화 여부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뉴스케일, 테라파워 등 미국 SMR 선두업체들이 프로젝트 착공에 돌입하면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SMR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장문수 현대차증권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자동차 업종이 로보틱스, 자율주행,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엔진을 달고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대자동차나 기아의 저평가가 해소될 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공급망 전반의 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가 톱픽으로 제시한 현대자동차의 주가를 결정할 키워드는 미래 기술 상용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전시하며 미래 전략을 구체화했다. 올해 2분기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차인 ‘Pace Car’ 출시를 통해 자율주행 전략을 현실화한다. 장 애널리스트는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시 주주환원 정책이 구체화되면 기술 상용화 모멘텀과 맞물려 그간 축적된 완성차 할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 목표주가는 43만원을 제시했다.
김영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