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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두 달 지나도 2017년 공고 그대로 유지
부처별 산업 육성·자연 보존 기조 충돌 수면 위로
형사 책임보다 규제 전환 압박 커질 가능성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뉴스1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뉴스1

정부가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드론 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드론법)’을 시행하며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8년째 전면 비행 금지라는 내부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드론 동호인들은 “공단의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상위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공단 이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드론법 우선” vs “장소 통제권 별개”…엇갈린 법리 해석
2일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국내 최대 드론 커뮤니티 ‘드론플레이’ 회원들은 지난달 말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용인서부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발의 핵심은 공단이 법적 근거가 빈약한 ‘공고문’ 하나로 국민의 드론 비행을 8년째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론플레이 회원인 이모씨는 고발장을 통해 “지난 10월 시행된 드론법 제4조는 드론 활용 촉진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공단이 낡은 자연공원법과 내부 규정을 앞세워 신법의 효력을 무력화하고,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발은 단순히 드론을 날리게 해달라는 떼쓰기가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려는 공공기관의 구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법치주의 행정이 실현될 때까지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공단의 ‘행정 편의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드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으며 ‘드론 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현장을 관리하는 환경부와 공단은 ‘자연 보존’과 ‘안전’을 이유로 타협 없는 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드론 업계는 “수도권은 안보 문제로 비행이 금지되고, 지방 명소는 국립공원이라 막히면 도대체 어디서 기술을 테스트하고 데이터를 쌓으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공단은 이번 고발 건에 대해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단은 소음과 시각적 자극이 야생동물 서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단 측은 “드론법의 우선 적용은 기체 운용 자체에 관한 사항일 뿐, 특정 지역의 행위 제한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연공원법 제29조에 따라 탐방객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법무팀 자문 결과 드론법의 우선 적용 조항은 기체의 규격이나 비행 방식 등 운용에 관한 것이지, 특정 지역의 통제권까지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받았다”며 “고발 주장대로라면 원자력발전소나 공항, 군부대 등 보안 시설도 드론법에 따라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공원도 자연공원법에 따라 보존이 최우선되는 특수 지역이므로 장소에 대한 행위 제한은 공단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중국 DJI FPV 드론.
중국 DJI FPV 드론.

시범사업 검토 약속했지만… 사례 부족·부작용 우려에 답보
드론 동호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공단이 자체 홍보 영상 제작이나 학술 연구 등의 목적으로는 드론을 활발히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공단 직원이 날리면 안전하고, 자격증을 갖춘 국민이 날리면 자연 훼손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국립공원 고객의 소리 게시판 등에는 “방송국 촬영은 허용하면서 일반인은 막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단의 이러한 대응이 기술 발전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초기 드론과 달리 최신 기체들은 저소음 프로펠러와 충돌 방지 센서 등 안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국내 취미용 드론 시장이 비행 장소 부족으로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고, 이 틈을 타 DJI 등 중국산 드론이 시장을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론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허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산불 감시 기간이나 야생동물 번식기를 제외한 특정 구역·시간대 개방 등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공단이 ‘검토 중’이라는 말만 수년째 반복하며 행정 편의를 위해 산업의 싹을 자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7월 국립공원 내 드론 비행 허용을 요청하는 민원에 대해 “일부 공원을 대상으로 특정 지역에 한해 개인의 드론 비행을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해외 사례 분석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관계자는 “드론 산업 활성화 취지에 공감해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드론 비행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외 연구 데이터나 명확한 근거가 전무하다시피 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명확한 기준 없이 섣불리 개방했다가 문제가 생겨 다시 금지할 경우 더 큰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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