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일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의 등 부위에 손을 대는 '건진법사' 전성배씨. 유튜브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향후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당선 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고, 국민의힘은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 425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서다.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적용된 판단 기준들이 윤 전 대통령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은 지난 26일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두 가지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는데, 그 중 하나는 2022년 1월 17일 인터뷰 과정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김건희 여사가 아닌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 여사와 함께 만난 사실이 없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2013년부터 알고 지냈고, 김 여사에게 수차례 건강 상담을 해주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짓말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지난 2012~2013년 사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인을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점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법원이 향후 재판에서 이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선고하면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당선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 42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는 당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안과도 닮아 있다. 이 대통령도 20대 대선 당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는데,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1·2심을 거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파기환송심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사실상 중지된 상태다.
당시 대법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이었던 고(故) 김문기씨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제기에 대해 ‘사진이 조작됐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허위로 판단했다. 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과정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 역시 허위로 봤다. 대법원은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해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의 경우와 같을 수 없다”며 엄격한 잣대를 댔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향후 윤 전 대통령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구승 법무법인 일로 대표변호사는 “‘만난 적이 없다’ ‘소개한 적이 없다’ 등 사실관계를 직접 부정한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의견 표명인지 여부를 가려야 했던 이 대통령 사안에 비해 비교적 판단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