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빠진 2차 쿠팡 청문회
각종 논란에도 사과 대신 설전
동시통역기 놓고 “비정상” 불쾌감
각종 논란에도 사과 대신 설전
동시통역기 놓고 “비정상” 불쾌감
해롤드 로저스(오른쪽)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출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시통역기 사용이 요구됐으나 로저스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설전을 벌였다. 최현규 기자
쿠팡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하고 있다. 쿠팡은 ‘보상안 마케팅·셀프 조사’ 등 각종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기보다 설전을 벌이는 방법을 택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번에도 국회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인인 한국 법인 대표는 동문서답을 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동시통역기 사용 여부를 두고 신경전까지 벌였다. 김 의장이 ‘소통 부족’을 자인했지만 여전히 불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쿠팡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국회는 30일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질타가 쏟아졌지만 쿠팡 측은 굽히지 않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이보다 더 나은 보상안을 제시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우리 보상안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답했다. 쿠팡은 지난 29일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명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용이 저조한 서비스 쿠폰(알럭스 2만원·쿠팡트래블 2만원)을 할당했다. 김 의원은 “(알럭스 카테고리에서) 최저가 상품인 양말마저 3만원이 넘는다. 양말 한 짝도 못 사는 보상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판촉 행위에 불과한 꼼수 보상 방안을 제시해 또다시 공분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셀프 조사’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쿠팡은 지난 25일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해 약 3000개의 계정 정보만 저장했다는 자백을 받았고, 개인정보 유출에 사용된 장치를 회수했다고 공개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런 발표의 배경에 국가정보원을 지목했다. 그는 “해당 기관에서 정보 유출자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며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한국법에 따라 따를 의무가 있다고 이해해 중국에 있던 피의자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포렌식 검사 주체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기업이 조사 결과를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이송 과정에서 보안 우려로 협조했을 뿐 쿠팡에 조사나 발표를 지시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회 내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의장에 대한 질의가 나오면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는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지난 청문회에서 오역 지적이 나온 데 따라 이번 청문회에서는 동시통역기를 착용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으나 로저스 대표는 자신이 대동한 통역사를 고집했다. 그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제기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고발 조치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쿠팡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