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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때리기'는 왜 벌어졌나?

2012년 대형마트 코스트코와 서울시가 맞붙었습니다. 대형마트에 의무 휴업을 강제하자 코스트코는 영업을 강행하며 반발했습니다. 당시 지자체들이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의무 휴업을 잇따라 조례로 도입하면서 대형마트 업계의 불만이 컸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독특한 판매 방식을 국내에 그대로 이식해 성공했던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여겼을 겁니다. 실제 마트 의무휴업제에 대해선 효과도 불분명하고 소비자 편익을 침해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의 '코스트코 때리기'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코스트코의 대처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합의나 통제에 따르지 않으려는 '외국 자본'에 대한 불편함이 깔려 있던 겁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사회적 연대를 중시하는 한국식 자본 통제 시도였다는 점에서 코스트코의 독불장군식 대응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졌던 셈입니다.




'쿠팡'의 성공은 한국적 신뢰 덕분(?)

소비자들에게 가장 깊이 파고든 해외 유통 자본은 이제 쿠팡입니다. 무한한 상품군, 파격적인 새벽 배송으로 소비자들이 '아이 러브 쿠팡'을 외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미국의 유통을 지배하는 아마존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이식해 막대한 물류 투자 비용을 쏟아붓고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여러 대형마트 가운데 하나일 뿐인 코스트코와 비교할 수 없는 지배력입니다.

그런데 쿠팡의 성공 요인에는 거대 자본과 치밀한 사업 설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쿠팡이 궁극적인 안전성과 효율성을 이룬 건 한국적인 신뢰 구조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놀라는 장면이 있습니다. 마트와 상점 앞 길바닥에 늘어놓은 제품들,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채 문 앞에 쌓인 배송 물건들, 누구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쿠팡이 사고 없이 문앞까지 초고속 배송을 실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한 새벽 배송 이면에는 배달 노동자들의 악전고투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금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법대로 하자'는 쿠팡의 압박

지금 사면초가에 놓인 쿠팡에게는 달라질 기회가 많았습니다. 잇따른 과로와 산재 논란, 배달 노동자의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언론과 노동계, 정치권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경고음을 무시해왔고 대응은 대부분 '법대로 하자'였습니다. 쿠팡은 언론 보도를 상대로 2024년 한 해에만 언론중재위원회에 19건을 제소했습니다. 수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잘못된 사실 관계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쿠팡에 불리한 기사를 낸 언론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입막음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강공 일변도로 성장을 가속화했던 쿠팡에서는 지난 5월 변화의 기미가 엿보였습니다. 강한승-박대준 각자 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대표 단일 체제로 돌아섰습니다. 최대 로펌 김앤장에서 근무했던 법조인 출신 강한승 사장이 물러난 모양새였습니다. 쿠팡식 '법대로'가 누그러지고 사회적 대화에 조금 더 진지하게 나섰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대관' 조직으로 위기 모면(?)

그런데 쿠팡을 총괄하는 단독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 등에 대응하는 이른바 '대관' 중심의 박대준 사장이었고 그 뒤로 대관 조직을 더 확대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쿠팡 스스로는 대외 소통을 늘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각계각층에 인맥을 대 청문회 등을 비롯한 사업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뒤 박대준 대표는 결국 대관 조직 논란과 맞물리며 사임했습니다.

쿠팡에 대한 분노를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만 찾을 수 없습니다. 실질적 오너 김범석 의장의 원거리 사과에서는 진정성을 찾기 어렵고, 파격이라고 포장한 '5만 원 보상'은 기만적인 꼼수로 보입니다. 그간 보여온 쿠팡식 대응 그대로입니다. 미국식 경영과 함께 한국적 신뢰 구조에 기대어 자리 잡은 쿠팡이 답을 내놔야 합니다. 소비자의 편익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신뢰 받는 자본으로 어떻게 사업을 지속해 뿌리내릴지 말입니다. '세계 최고의 고객 경험'이 사회적 불신을 떠안은 채 누군가의 희생과 아랑곳없이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뉴스인사이트팀 박충희 논설위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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