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응급실 뺑뺑이’ 해법으로 띄운
광역응급의료상황실 현장 공개 및 성과 발표
'의사 직접 전화', 강점 분명하나 한계도 확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 현장 공개 및 성과 발표
'의사 직접 전화', 강점 분명하나 한계도 확실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서울·인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대형 전광판에 서울 주요 대학병원의 응급실 현황과 도심 내 교통 상황 등이 송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9일 서울 중구의 한 상황실에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요원들은 사무실 한쪽 벽면에 달린 약 7m, 세로 2m의 초대형 LED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전광판에는 도심 교통 상황을 보여주는 폐쇄회로(CC)TV 화면과 대형 병원의 응급실 실시간 병상 정보, 현재 이송 중인 응급 환자들의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이곳은
서울·인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하 광역상황실)
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간호사·응급구조사인 상황 요원 3명이 24시간 상주한다. 이들은 서울·인천 지역의 중증 응급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옮길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최중증으로 분류된 응급환자가 구급차 이송 중 병원을 찾지 못하면 광역상황실의 전문 인력들이 나서 환자 상태와 각 병원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디로 보낼지 판단을 내린다.광역상황실은 '응급실 뺑뺑이'(구급차가 중증 환자를 태우고도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응급실을 전전하는 현상)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4월 내놓은 제도
다. 의정 갈등 탓에 의료 공백이 극심했던 당시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총 4개 지역에서 출범했다. 현재는 수도권·경상권에서 한 곳씩 추가돼 전국 총 6개 권역에서 운영 중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광역상황실 인력을 현행 120명에서 내년 150명으로 늘리고,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 및 전원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제도 도입 이전엔 병원이 응급 환자 수용을 거부하면 지역소방본부 산하의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다른 병원을 찾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광역상황실이 생긴 이후부터는, 당장 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수준의 중증응급환자에 한해 이 곳에 상주하는 응급 의료 전문 인력이 병원 배정을 돕는다. 두 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방식으로,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환자는 보다 전문적인 의료적 판단을 기반으로 집중 관리하겠다
는 취지다. 지난해 9월부터는 최중증 응급 환자 외에 분만이 임박한 산모 역시 광역상황실을 통해 병원을 배정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의사 직접 통화'로 병원 연결... 환자와 응급실 상황 총체적으로 고려해 판단
‘전화를 걸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물색한다’는 점에선 광역상황실의 의사 역시 구급 대원과 입장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의뢰 주체가 구급 대원이냐 응급의학과 전문의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광역상황실에서는 일선 구급대보다 더 광범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응급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의가 설득하면 같은 상황이라도 병원의 판단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실장은 “중앙상황실은 광역상황실 신설 이전에도 10년 간 전원 업무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병원 정보력이 풍부
하다”며 “어떤 병원에서 어떤 질환의 환자를 특히 잘 보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병원을 물색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분초를 다투는 응급실의 실시간 현황이 바로바로 모니터링 시스템에 반영되지는 않다보니, 응급실 사정을 잘 아는 전문의가 직접 병원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실제로 상황 의사가 구급 대원 단계에서 수용을 거부한 병원을 다시 설득해, 결국 환자를 받도록 만든 경우가 꽤 많았다”
고 덧붙였다.
구급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를테면 골든타임이 중요한 의식 저하 환자의 경우 거리가 가장 가까운 병원을 설득해 초기 검사를 받게 한 다음,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 병원으로 전원을 해주는 식이다. 지역 내에서 병원을 찾지 못한다면 6개 상황실이 힘을 합쳐 전국 단위로 병원을 물색해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기도 한다.
필수의료 인력 절벽 문제는 여전... 소방과의 업무 중복 문제도 풀어야
다만 이와 같은 광역상황실 제도만으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많은 병원들이 ‘배후 진료(응급 처치 이후 이뤄지는 전문적인 진료)'를 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 받는 걸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필수의료 인력의 절벽 현상은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의 한계 역시 지적된다. 광역상황실은 응급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소방 측의 공동 대응 의뢰가 있어야만 병원을 물색할 수 있는데 정작 소방 쪽에선 ‘현장 구급대원들의 불만족’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 왔다. 구급상황관리센터과 광역상황실의 업무 영역이 겹쳐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이중구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두 기관의 업무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반복되는 혼선이 없도록 협의를 통해 정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