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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지난 17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씨에프에스)가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보장하는 노조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나왔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씨에프에스 총무팀 직원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보면, 2023년 2월과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분회가 벌인 선전전에 씨에프에스가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상세히 드러난다.

대구6센터 담당자였던 총무팀 직원 ㄱ씨는 2023년 2월9일 대구·경남 지역 물류센터 등을 포괄하는 총무팀 소속 ‘남부 지역’ 관리자 ㄷ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날 열릴 노조 쪽 선전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보고한다. ㄱ씨는 “사유지 침입 방지를 위해 진입 가능한 전 구역 바리케이트로 원천 봉쇄 및 대응 인력 투입(물리적 충돌 예상)”을 언급한 뒤, 물류센터 내 직원들의 출퇴근 이동 경로를 노조가 선전전을 벌이는 장소를 크게 우회하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함께 보고한다.

이런 계획은 이행된다. 선전전 직후 대구6센터 담당자였던 총무팀 직원 ㄴ씨는 ㄷ씨에게 보낸 메일에서 “주요 출입 거점을 고정 및 이동식 자바라로 선점하고, 방호인력 배치를 통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고 보고했다. “당사 사유지인 임직원 주차장 및 버스 승하차장으로 외부 노조원 출입 저지하여 사유지 무단침입을 방호했다”고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창율 대구분회장은 “셔틀버스를 타고 통근하는 주간조나 야간조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유인물을 건네려고 해도 씨에프에스 쪽 직원들이 분회 소속 조합원들조차 ‘위험하다’며 가로막아서 접근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4월 선전전에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됐다. 선전전을 지원하러 온 양규서 당시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이 대구 물류센터 부지 안으로 진입하려 하자 이를 씨에프에스 쪽 보안 직원 등이 제지하고 나섰다. 노조 쪽에서 5명이 참여한 당시 선전전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 쪽에선 48명을 동원했다.

문제는 노조 활동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하려는 외부 조합원을 막아설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데 있다. 노조법 5조2항은 해당 사업장에서 직접 근무하는 조합원이 아니어도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선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그간 이같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권한을 정당한 노조 활동인 경우 폭넓게 인정해왔다. 이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은 “출퇴근 과정에서의 선전전이 사업 운영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회사 쪽이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타당한 변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출퇴근 동선을 갑작스레 바꿔 선전전을 펼치는 노조와 접촉을 어렵게 한 조처도 위법 소지가 있다. 이 원장은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에 대한 방해도 법원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경우가 있다”며 “그간 쿠팡이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행동들을 했왔던 전적에 비춰보면 충분히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다퉈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쿠팡은 그간 노조 활동에 적대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5∼2016년에는 직고용 택배기사(당시 쿠팡맨)의 노조 결성을 우려해 회사 분할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고, 지난해에는 씨에프에스가 일용직 채용을 거절할 목적으로 작성한 명단(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노조 활동가들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씨에프에스는 지난 2020년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부천과 고양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기간제·일용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에서 탈락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나, 1심 재판부는 쿠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2023년 캠프에서 조합 가입을 권유하며 유인물을 배포한 노조 활동가들의 캠프 출입과 업무용 앱 접근을 제한했다가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기도 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쿠팡씨에프에스 관계자는 “출퇴근 버스 등 대형차량 이동 동선에서 집회가 발생해 안전을 위한 조치로 출입 동선을 변경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외부 조합원 출입을 차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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