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랭크모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1월 26일 ‘국민연금 수익ㆍ외환 안정 뉴프레임워크’ 가동, 12월 9일 기재부 외환수급 태스크포스(TF) 설치, 12월 18일 ‘외환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 발표.

역대급 ‘원저(低)’ 장기화 조짐에 그간 외환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이다. 국민의 노후 자산에 손댄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국민연금까지 동원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화가치가 1500원을 넘어 1600원대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시장에서 나올 정도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값은 1483.6원으로 8개월 전 연저점 턱밑까지 다가섰다.

당국의 입김이 잘 안 먹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너무 단기적인 수급 조절 대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거라면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 완화나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등이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간의 정부 대책이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환율 흐름을 바꾸진 못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0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연금ㆍ보험 등 장기저축이 증가했고,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해외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한 게 원화가치를 끌어내린 근본적 요인”이라며 “환율은 결국 시장 가격이고, 환율을 잡으려면 수요-공급 곡선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달러 공급을 늘리려면 저축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국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정확한 상황 진단과 대처가 늦어지면서 오히려 ‘환율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 이른바 ‘서학개미’의 투자 열풍은 지속적인 흐름이었는데도 뒤늦게 이를 탓하며 ‘뒷북 대응’ 논란을 낳았다. 외환시장이 안정적일 땐 지난해 말 1조 달러를 돌파한 순대외자산이 ‘외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은행에서 해외투자 쏠림을 완화해 순대외자산 증가세 둔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들을 내놓고 있다.

향후 대미 투자 증가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도 달러 수요를 키우는 요인인데, 외환 당국은 공식 언급을 꺼린다. 오히려 “(원화 약세에 따른)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라(김용범 정책실장)”며 수출 기업을 압박하기도 했다.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강조하려다 보니 서학개미 등 다른 곳으로 화살을 돌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새로운 외환시장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당국의 대응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반도체 수출 중심의 성장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청년 고용은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의 환율 흐름은 그 적신호인 만큼, 당장 원화가치를 끌어올릴 단기 대응에 집중하기보다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241 경찰, 인권위 관계자 줄소환…'박정훈 진정 기각' 수사 속도.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40 '억만장자' 텔레그램 창업자 "생물학적 자녀 100여명" 진짜 이유.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9 [단독] 강남 사무실 배치도 보니‥대표이사·임원실 빼곡히.txt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8 '10㎞에 1시간 40분'…꽉 막힌 춘천시 퇴근길에 시민들 '분통'.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7 "금요일 3시 퇴근하니 업무 집중도 더 높아져"···'주 4.5일제 실험' 성과 보니.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6 이준석 "과기 예산만이라도 3개월 단위로"…차지호 "미래 가장 먼저 오는 韓, 입법 사이클 바꿀때".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5 류시원 '19세 연하' 아내 화제…"저 미모에 수학 선생님".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4 인천 송도 민간사격장서 실탄에 맞은 20대 사망…관리부실 논란(종합).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3 해수부 부산 개청식 직접 챙긴 李대통령…'PK 민심' 끌어안기(종합).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2 국민연금 동원해도 안잡힌다, 원화값 끝없는 추락…왜.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1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 내는 조국혁신당 “통일교 특검 추천, 민주·국힘 다 빠져라”.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30 李대통령, 中어선 불법조업에 “아주 못됐다… 더 강력 제재해야”.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9 이 대통령 "다음 해수부 장관도 부산서"…PK 민심 달래기.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8 남편 자살 암시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집에서 아내 시신 발견.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7 상설특검,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서울고검서 넘겨 받아…기소 여부 판단.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6 주호영, 우원식 ‘필리버스터 사회’ 요청 거부…“악법에 협조 못 해”.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5 쿠팡 결제, 2주 만에 4% 감소…‘탈팡’ 불붙나.txt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4 주호영, 국회의장 요청에도 사회 거부…“악법 만드는 데 협조 못해”.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3 시민 곁 간다던 윤석열, ‘용산 밀실’ 속에서 내란 야욕만 키웠다[청와대 2.0].jpg new 뉴뉴서 2025.12.23 0
45222 신한카드서 가맹주 개인정보 19만건 유출…내부직원 12명 연루(종합2보).jpg new 뉴뉴서 2025.12.2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