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대납’ 혐의 첫 재판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씨 쪽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첫 재판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뒤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23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이 재판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일반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서 오 시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 시장 쪽은 명씨에게 여론조사 자체를 맡긴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맡긴 적이 없고 김한정씨에게 비용 지급을 요청한 적도 없다”며 “다만 ‘선거를 돕겠다’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를 자처한 명태균에게 강 전 부시장이 시험용 여론조사를 시켜봤는데, 결과물이 도저히 신뢰할 수 없어서 관계를 단절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쪽은 공소사실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 혐의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특검법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 ‘2021년 재·보궐 선거 등에서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이 공모했다는 일시나 장소 등과 관련해서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추가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
또 오 시장 쪽은 “정치적으로 이용될까 우려가 된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재판을 늦춰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곧 당내 경선이 있고 후보자가 되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는데,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의 증언을 상대 당에서 크게 부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별법이 강행 규정이 아니라면 (지방선거) 이후에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특검팀은 바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검토는 해보겠지만, 지방선거 이후 진행하는 문제는 약간 소극적”이라며 “(특검법이) 가능하면 6개월 안에 끝내라고 돼 있는데, (지방선거일인) 6월3일 이후 시작하면 어렵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 김건희 특검법에 비춰보면, 지난 1일 기소된 오 시장의 1심 선고는 내년 6월 전에는 이뤄져야 한다.
강 전 부시장의 전과 기록을 기재한 특검팀의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재판부 지적도 나왔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장에 판사에게 유죄의 예단을 심어줄 수 있는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 규칙이다. 이에 특검팀은 “정식 공판 절차 진행 전에 정리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지목된 미래한국연구소에 10차례에 걸쳐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받고, 후원자 김씨에게 3300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명씨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2021년 1월22일 오 시장과의 통화에서 “나경원이 이기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자법 위반 때문에 김한정에게 여론조사비용 2천만원을 빌리러 간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8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