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일본 정부가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100% 사용하는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투자비의 최대 절반을 지원하는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은 22일 일본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재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실행 회의에서 이 같은 안건을 논의하고 내년부터 5년 동안 2100억 엔(약 1조 9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로 중단됐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도 이날 니가타현 의회의 승인으로 재가동을 위한 최종 문턱을 넘었다.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원자로 7기 중 6호기를 이르면 내년 1월 20일께 재가동한다.
일본은 ‘탈원전’을 벗어나 ‘친원전’ 시대에 들어섰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반인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적 선택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은 무탄소 에너지원”이라며 204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현재 8.5%에서 두 배 수준인 2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원전만 돌리는 게 아니라 원전 인근에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거점을 집약시키는 ‘GX 전략 지역’까지 도입해 보조금을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탈원전’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놓고도 국민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다시 판단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주력 기저 전원인 원전 건설을 토론회와 여론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전 세계가 에너지 확보 전쟁 중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린 AI 산업 경쟁력 강화와 원전을 통한 안정적 에너지 확보 문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원전에 왜 내 편 네 편을 가르냐”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앞으로는 원전 재가동과 신규 건설의 결정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오직 과학적 근거에 따라야 한다. 우리가 신규 원전 건설 공론화라는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일본은 파격적인 원전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AI 강국을 향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