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류 판매점서 널브러진채 발견된 라쿤. AP연합뉴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류 판매점에 침입해 술을 잔뜩 마시고 널브러져 화제가 됐던 라쿤(아메리칸 너구리)이 알고 보니 주변 상가들을 제집 드나들던 ‘상습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하노버 카운티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 주류 판매점 ‘빈집털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 라쿤이 인근 다른 상점들에도 몰래 침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하노버 카운티 동물보호국 직원 서맨사 마틴은 현지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 라쿤이 주류 판매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무술 도장과 차량국(DMV) 사무실에도 침입했던 녀석과 동일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마틴은 “이 라쿤이 이전 침입 장소들에서도 과자 봉지 등 흔적을 남겼다”며 “녀석이 어떻게든 그 건물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꿰뚫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작고 영리한 생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술꾼 라쿤’은 지난달 29일 해당 주류 판매점에 침입해 술판을 벌인 뒤,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자다 현장에서 검거된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라쿤이 엉망으로 만든 주류 판매점. AP연합뉴스
발견 당시 매장은 난장판이었다. 선반에 진열된 위스키병들이 떨어져 깨져 있었고, 흘러내린 술로 바닥이 흥건했다. 천장을 뚫고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라쿤은 창고까지 뒤지며 럼, 위스키, 보드카 등 무려 14종의 술병을 깨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CCTV 영상에는 라쿤이 매장 안을 휘젓고 다니며 ‘혼술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물관리국은 현장에 출동해 이 겁 없는 침입자를 검거한 뒤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했고, 사진 속 라쿤은 단숨에 ‘월드 스타’가 됐다.
이 라쿤의 유명세는 뜻밖의 선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술에 취해 대자로 뻗어 있는 라쿤의 모습을 담은 굿즈(상품)가 제작됐는데, 전날까지 무려 20만 달러(약 2억9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간 것이다. 수익금 전액은 하노버 카운티 동물 보호소 시설 개선 등 다른 동물들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