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외국인 인터뷰 채널 운영하는 오대용씨
편집자주
온라인 플랫폼 등장 이후 온갖 콘텐츠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생산·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주역은 1인 미디어와 독립 채널입니다. 이들이 자본과 기술, 인력을 갖춘 전통적 콘텐츠 생산 구조를 압도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크리에이터들의 창업 이야기와 고민, 애환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유튜브 채널 '크리에이티브 덴' 운영자 오대용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유튜브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라며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정해져 있으니 그걸 잘 파악해 채널의 매력이나 차별성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임지훈 인턴기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들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팝 등 한류 유행을 비롯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방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누구나 '외국인들은 정말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들은 눈길 끌기가 수월하다. 유튜브에서 일찌감치 '외국인 코리아'라는 관련 채널을 운영하다 콘텐츠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덴'으로 이름을 바꾼 오대용(37)씨를 지난달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만났다. 오씨는 '어라운딧'이라는 외국인 모델·배우 전문 에이전시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시작한 건 언제이고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2017년쯤이다. 마케팅 회사에도 다녔고 캐나다에서 1년 반 정도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영어 교육 관련된 영국 회사에서도 일했다."
-캐나다에는 유학을 갔나.
"워킹홀리데이로 1년 반 있었다. 서부의 하이팩스라는 작은 도시였다. 영문학과를 다니고 있었는데 영어 공부를 오래 했으면서 한 번도 영어권 문화를 겪어본 적이 없어서 막연히 체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갔다."
-유튜브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뭔가 내 것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유튜브 채널이었다. 유튜브는 회사 다니면서 동시에 했다. 외국인 친구도 많고 해서 처음에는 취미로 같이 노는 걸 좀 찍어야겠다고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 몇 개 올린 뒤 바로 반응이 좋게 나와 그 후로 일주일에 한 편 업로드를 이어오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 생활이나 활동 또는 한국에 살면서 느끼는 생각 같은 걸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주는 포맷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건가.
"맨 처음에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채널이었다. 그런데 영상 만드는 나부터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광장시장도 가고 삼겹살집에서도 찍고 했는데 그게 잘되어서 그 이후로는 약간 예능 형식으로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먹방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식당에서 먹는 거 위주로만 하다 보니 그것도 질리더라. 그래서 구독자가 1만 명 조금 넘었을 때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어떤 주제로 했나.
"영국인 채식주의자가 있었는데 고기를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그 사람이랑 찍은 영상이 있었다. 친구들 말고 제3의 게스트로 찍은 첫 영상이었는데 먹방이긴 했지만 약간 인터뷰처럼 구성이 됐다. 그렇게 이야기를 담아 내니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이걸 시리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밥 먹으며 인터뷰하는 콘텐츠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린 콘텐츠들은 유형별로 어떤 것들이 있으며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나.
"크게 두 가지인데 개선해야 할 우리 문화나 그런 포인트를 외국인의 입을 빌려서 보여주는 게 있고, 또 하나는 우리는 잘 못 느끼는데 이런 한국 것이 알고 보니 좋은 거였다 하는 콘텐츠가 있다. 늘 그와 관련된 아이디어들을 찾고 생각나는 대로 저장해 놓아 아이디어는 많다."
-두 가지 주제에서 대표적으로 인기 있었던 영상은 어떤 것이 있나.
"외국인이 등장하는 채널의 콘텐츠들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내가 시도한 아이디어가 시작인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안경 맞춰보는 콘텐츠 같은 것도 그런 사례다. 우리가 고치고 배워야 할 콘텐츠로는 우리말 잘하는 친구가 혼혈이라는 이유로 자주 듣지만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영상이 있었다. 묻는 이가 무심코 던진 질문을 그 사람은 기분 안 좋게 받아들이는 경우인데 그 영상도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채널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내고 있고 얼마나 되나.
"조회수와 광고 수익 두 가지가 있다. 조회수 수익은 조회수의 거의 1.5배 정도로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100만 회 조회수를 찍으면 140만, 150만 원 정도 들어오는 식이다. 새 영상은 평균적으로 조회수가 10만에서 20만 사이로 나오고 예전에 올렸던 영상의 조회수도 있으니까 수익은 한 달에 평균 200만 원 정도 된다."
-광고 수익은 어떤가.
"영상에서 잠깐 소개하는 것도 있고 아니면 그걸 위해 아예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많이 받으면 1,000만 원씩 받는 것도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 의뢰로 만드는 콘텐츠도 있는데 지역 관광이나 정부 정책 홍보 같은 걸 하고 있다."
-'어라운딧'이라는 회사도 운영하는데 어떤 회사인가.
"유튜브 등 외국인 관련 콘텐츠를 오래 만들다 보니 방송사에서 외국인을 섭외할 때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저희 프로그램에 누구를 출연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연락할 수 있냐는 거다. 처음에는 친구들한테도 좋은 일이니까 알려줬는데 그렇게 몇 년 하다 보니 지치더라. 그래서 이걸 체계적으로 해야겠다 싶어 1년쯤 전 소속사를 만들었다."
-'어라운딧'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은 몇 명인가.
"지금 7명 정도인데 웬만하면 더는 안 받으려고 한다. 그냥 그 친구들에게 컨설팅해주려는 거지 대단한 수익을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다."
-그밖에 다른 사업이나 활동도 있나.
"콘텐츠 쪽으로는 큰 프로젝트 위주로 매니징하는 프로젝트들이 몇 개 있다. 예를 들어 이름 알 만한 브랜드 채널의 운영을 맡는다든지, 업체 마케팅이나 유튜브 채널 운영 컨설팅 같은 것도 한다. 외국인 10명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 '내가 만난 외국인들'이란 책도 낼 계획이다. 귀화한 사람, 탈북인, 고려인 등도 포함해 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외국인 인터뷰를 오래 해왔으니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그사이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 온 외국인들은 진짜 한국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정보나 이해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요즘은 그렇게 엄청난 호감이나 지식을 갖고 오기보다는 그냥 한번 와봤다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그냥 호기심이 생겨서 한국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유튜브에 외국인 대상 콘텐츠가 적지 않은데.
"그런 채널이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내 채널에서 보여주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반대되는 걸 계속 보여주는 이른바 '국뽕' 콘텐츠 같은 것 때문에 특히 그랬다. 나는 편견을 깨고 싶어 만드는 건데 오히려 편견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내 채널의 거의 모든 콘텐츠가 그대로 베껴진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그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세상이고 나 역시 다른 콘텐츠를 참고할 때도 있으니까. 전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나는 내 식대로 책도 내고 좀 더 깊이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많다. 비슷한 다른 채널을 두고 나한테 광고 의뢰를 하면서 그 이유로 채널에 진정성이 보인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 위안을 받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유튜브는 사실 지금도 성공하기 쉬운 시장인 것 같다. 채널이 많지만 자신만의 콘셉트를 잘 정해서 만들면 성공할 콘텐츠는 성공한다. 결국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정해져 있으니 그걸 잘 파악하고 채널의 매력이나 차별성만 있으면 된다. 문제는 그런 감을 찾는 건데 그게 좀 어렵긴 하다. 그래서 채널 운영은 망설이지 말고 하되 대신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건 사람들한테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돈이 될 것 같아서라거나 아니면 내가 재미있어서 한다는 식인데 그래서는 유지해 가기 힘들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 사이에서 접점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 채널은 수익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돈만 생각하고 매달리면 그 순간 모든 게 스트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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