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로비 의혹 전재수, 경찰 출석
"한일해저터널 반대...왜 금품 받나"
통일교 청탁 가능성 배제 전략 구사
경찰, 천정궁 방문 등 혐의 입증 주력
"한일해저터널 반대...왜 금품 받나"
통일교 청탁 가능성 배제 전략 구사
경찰, 천정궁 방문 등 혐의 입증 주력
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9일 경찰에 소환돼 14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전 전 장관은 "단언코 금품을 받지 않았다"며 완강히 부인한 반면, 경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임박한 공소시효를 감안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으로부터 이날 피의자로 소환된 전 전 장관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통일교로부터 한일해저터널사업 등 민원 해결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받아 챙긴 혐의다. 전 전 장관은 조사에 앞서 "최근 통일교 문제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데 그 중심에 제가 서 있는 것만으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한일해저터널 청탁 대가로 2,000만 원과 시계를 받았다고 하는데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로부터 청탁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전 전 장관은 이날 출석하면서도 "한일해저터널은 전적으로 일본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그래서 반대했고 이게 (저의) 정치적 신념"이라고 말했다. 통일교가 해저터널을 반대하는 자신에게 청탁을 할 리 없고, 따라서 금품을 줄 이유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 한학자 총재 접견 조사, 통일교 2인자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소환 조사 내용을 분석, 전 전 장관을 압박할 수 있는 내용을 선별하면서 이날 조사를 대비했다. 특히 조사에서는 전 전 장관이 2018년쯤 천정궁을 다녀갔다는 윤 전 본부장의 '한 총재 특별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천정궁 방문 여부부터 따졌다고 한다. 2018년은 윤 전 본부장이 김건희 특검팀에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시점이다. 경찰은 이 시점부터 7년이 되는 이달 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끝난다는 점에서, 첫 번째 조사자로 전 전 장관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 전 장관과 통일교 사이의 꾸준한 교류를 입증하는 데도 집중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통일교가 전 전 장관에게 보낸 축전, 통일교 내부 일정·회계 자료·영수증 등을 종합해 2018년쯤부터 전 전 장관이 통일교와 집중적으로 관계를 맺은 게 아닌지 캐물었다고 한다. 통일교 산하 재단이 2019년 전 전 장관 출판기념회 직후 책 500권을 1,000만 원에 구입한 정황도 이런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특히 특별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통일교가 전 전 장관에게 숙원사업인 '한일해저터널' 관련 청탁을 했는지 조사했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소환 조사와 함께 여전히 압수물 분류 및 분석을 이어나가고 있다. 압수물이 방대한 만큼 전날 회계분석 요원 2명을 추가했고 22일부터는 수사팀 인원도 5명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특별수사팀은 통일교 관계자 참고인 조사도 계획하고 있어 새 증거나 진술이 나올 경우 전 전 장관을 추가 소환할 수도 있다.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