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황제펭귄 서식지인 남극 로스해의 쿨먼섬. 하지만 올해는 새끼 개체 수가 약 7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지연구소는 쿨먼섬의 새끼 황제펭귄 개체 수가 지난해에는 약 2만 1천 마리였는데, 올해는 약 6천 7백 마리로 급감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쿨먼섬의 황제펭귄 서식지를 탐사한 결과, 지난해 11월에는 보이던 황제펭귄의 배설물의 흔적을 올해 11월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쿨먼섬의 황제펭귄 서식지 원격 탐사 자료(사진=극지연구소)
인근 번식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펭귄의 모습을 다수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쿨먼섬 번식지에서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펭귄들 (사진=극지연구소)
원인은 길이 약 14km, 축구장 5천 개 넓이의 거대 빙산이었습니다.
극지연구소 김종우ㆍ김유민 연구원은 지난달 현장을 조사한 결과, 거대 빙산이 쿨먼섬의 황제펭귄 서식지를 가로막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미 황제펭귄은 6월 산란한 뒤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갔다가 2~3개월 뒤 부화할 때 돌아오는데, 복귀하기 전에 빙산이 경로를 차단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냥하러 로스해로 나갔던 어미 황제펭귄이 번식지로 돌아오는 길이 거대 빙산으로 막혀, 번식지(사진 중앙 빨간 화살표 표시 부분)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빙산은 지난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북상했고 7월 말 번식지 입구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른편 사진에서 대형 빙산이 3월부터 떠내려와 7월까지 이동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드론 촬영 사진에서는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황제펭귄의 모습과 배설 흔적이 보입니다. 장기간 이곳에 머문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빙산 절벽에 가로막혀 이동하지 못한 황제펭귄들과 배설 흔적 (사진=극지연구소)
위성 자료를 분석한 박진구 박사는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 경로가 다른 주요 서식지들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나,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 등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연구를 총괄한 김정훈 박사는 “빙산이 다음 번식기 전에 사라지면 회복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간 정체될 경우 황제펭귄들이 다른 번식지로 이동하는 등 장기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내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입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내년 번식기까지 위성 관측과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로스해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입니다.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R&D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 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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