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 내부모습. 차민주 기자
직장인 안모(26)씨는 최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햄버거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빨대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매장 직원은 친환경 정책으로 빨대를 줄 수 없다며 불편하면 매장 선반에 비치된 플라스틱 드링킹 리드(입을 대고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는 뚜껑)를 사용하라고 설명했다. A씨는 17일 “매장 안을 둘러보니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플라스틱 리드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플라스틱을 줄이겠다고 빨대를 없앴다면서 플라스틱 리드는 가능하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중단했지만 플라스틱 리드를 대신 제공하면서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징성이 큰 플라스틱 빨대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조치가 수년째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드링킹 리드는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컵 전체를 덮는 구조 탓에 소재 사용량이 많고 재질과 형태 특성상 재활용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를 친환경 대체재로 포장해 사용하고 있다. 매주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을 찾는 박모(30)씨는 “플라스틱 리드가 자칫하면 음료가 흐를 수 있어 불편하다”며 “같은 플라스틱인데 더 편리한 빨대를 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돼왔다. 2022년 식당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시행되자 다수 프랜차이즈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 대신 플라스틱 드링킹 리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구조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부)는 2022년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행했지만 규제 대상에는 드링킹 리드를 포함한 플라스틱 뚜껑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제한된 매장들은 대안으로 드링킹 리드를 도입했고 그린워싱 논란이 제기됐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 리드가 빨대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 많다면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콜라,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빨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음료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