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6일 국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대해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여당이 위헌 소지를 없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마련한 것을 두고 17일 당 안팎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 중간 교체나 판사 외부 추천 등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조항은 대부분 삭제됐지만, 결과적으로 법원이 자체적으로 재판부를 배당하는 현행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는 법안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 극성 지지층의 요구에 떠밀려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1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은 0%라는 확신이 있다”며 “2심부터 하더라도 앞으로 1심 지귀연 재판부처럼 침대재판, 오락재판, 만담재판은 안 된다는 확실한 경고를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가 사법부를 향한 압박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확정한 수정안의 골자는 2심부터 적용되는 전담재판부 판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전원 법관으로만 구성하는 것이다. 전담 판사는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인사권과 지귀연 부장판사의 재판권을 그대로 인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의 재판 배제, 조 대법원장의 인사권 제한이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본래의 입법 취지가 대폭 후퇴한 것이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아예 안 하는 것이면 몰라도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라며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들의 잇딴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지지층의 불안감이 커졌는데 지도부로서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논란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당내 평가도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불안감을 달래주는 목적 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별다른 실익이 없는 법안을 강성 지지층의 불안감 때문에 추진했다가, 그마저도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은 얻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더 강성으로 보였던 조국혁신당이 위헌 논란을 주도하면서 법적으로 더 객관적인 정당으로 비치게 됐고, 결과적으로 조국혁신당의 몸집만 키워준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애초에 냈던 법안에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인정하고 위헌 소지를 덜어내고 나니 원래 취지가 다 사라졌다”며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였다가 사실상 법안을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가 2심부터 집중 심리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추천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꾸리게 되면 재판이 오히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가능성도 높다.
일부 극성 지지층은 수정안에 반발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이 조희대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드는 데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냐”, “반민특위 특별재판부 설치에 친일·매국 세력의 허락을 받아야 합헌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는 날 선 발언이 이어졌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수정안에 대한 당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적지는 않다”며 “이에 대한 설득은 지도부, 그중에서도 당 대표에게 남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사위가 위헌 소지를 없앴음에도 조희대의 법원이 막무가내 위헌이라고 엄포를 놓았으니 장차 법원이 내란재판전담법을 위헌제청을 걸어놓고 내란재판을 정지하고 태업을 하는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으로 법원이 알아서 전담판사를 추천하고 조희대가 정하도록 하라고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