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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유지되면 내년 물가 상승률 2.3%
"국민연금 환 헤지, 단기 수급 조정해야"
'대미 투자에 원화 절하' 주장엔 선 그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전통적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다른 면에서 위기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양극화를 고려할 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480원 선을 넘어섰다. 최근 외환당국이 대통령실, 국민연금공단 등과 전방위적인 대응 행보를 보였지만 '원화 약세' 베팅을 당장 끊어내진 못한 셈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장 중 한때 1,482.3원까지 뛰며 4월 9일(1,487.9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 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고환율 상황에 대해 금융시장 불안정보다는 물가 상승 자극을 더 우려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환율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내년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인 2.1%보다 0.2%포인트 높은 2.3%에 이를 수 있다.
환율이 10% 오르면 물가가 0.3%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은 △낮은 수요 압력과 △국제 유가 약세 △기상 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일시적 상승 요인 해소 등을 이유로 물가의 안정적 흐름을 예측하면서도 '환율 불확실성'을 복병으로 거듭 거론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제 환율 상승은 최근 물가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대비 10, 11월 중 물가는 0.3%포인트 확대됐다. 이 중 원·달러 환율이 0.1%포인트, 기상악화 등 요인이 0.2%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추정됐다. 식료품, 에너지 등 비근원 품목에서 환율 영향이 두드러졌지만, 근원 품목도 안심할 수는 없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중간재가 뛰면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주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비근원 품목은 전반적으로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시 상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시장의 '큰손'… 파급력 고려해야"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고환율 원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의식해 "'남 탓한다' 오해가 있는데, 원화 절하엔 한미 간 경제 성장률 차이와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장기적 요인도 작동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개선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단기적으로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재차 말했다.

또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다시 한번 밝혔다. 앞서 한은은 기획재정부, 국민연금 등과 '뉴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중장기적 수급 안정 해법을 찾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15일엔 전략적 환헤지 기간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로 연장했으며, 이날 환율이 튀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내년 말까지로 연장한 외환 스와프를 가동하기도 했다. 1,361조 원 규모(9월 말 기준, 해외자산 비율 58%)인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큰손'인 만큼 그 움직임이 환율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진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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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518120005297)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0년 전과 다르다"며 "해외 투자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국내 증시와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환 헤지 시점 등 의사결정 기준이 다른 외환시장 주체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져 있어 환율이 박스권에 갇히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이면 국민연금이 헤지를 위해 달러를 내놓을지를 고려한, 투기성 자금이 반복적으로 유입된다는 우려다.

한편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액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이 없을 때 투자하도록 양해각서(MOU)에 나와 있다"며 "대미 투자가 장기적으로 원화를 절하한다는 건 과도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외환보유고 이자·배당 수익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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