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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송년회 시즌을 맞아 음주 빈도가 급증하면서 간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계는 격일로 이어지는 술자리가 간과 소화기관은 물론 전신 건강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유해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온몸에 염증 반응을 촉발하고 여러 질병의 씨앗이 된다.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과장은 "이 독성 물질로 인한 세포 손상이 누적되면 변이를 거쳐 암세포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여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김 과장은 "자주 마시면 술이 는다는 말은 근거 없는 속설"이라며 "분해 효소 활성도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음주 횟수와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의학적 관점에서 안전한 음주량 같은 것은 애초에 없다"고 강조했다.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간경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조금만 마셔도 간에 치명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간경변 환자도 술을 완전히 끊으면 간 기능 개선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은 근육 감소로 알코올 처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젊었을 때 주량을 기준 삼아서는 곤란하다. 폐경 후 여성 역시 호르몬 변화로 근육이 줄면서 같은 술량이라도 남성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는다.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한다면 지킬 것들이 있다. 우선 일주일에 한 번을 넘기지 말고, 술을 마신 뒤에는 최소 2~3일은 쉬어야 간이 재생될 여지가 생긴다. 대한간학회는 남성 기준 소주 4잔, 여성은 2잔까지를 권장 상한선으로 제시한다. 주 2회 이상, 혹은 한 자리에서 소주 반 병이나 맥주 500cc를 초과하는 패턴은 위험하다. 해장국이나 숙취 해소 제품이 일시적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근본 해결책은 애초에 덜 마시는 것뿐이다. 한 가지 더, 근육에서도 알코올이 대사되므로 평소 운동으로 근육량을 유지하면 알코올 처리 역량을 높일 수 있다.
다음 증상이 하루 이상 계속되거나 자주 반복된다면 소화기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구토를 자주 한다면 식도가 위산에 반복 노출돼 손상되고 있다는 뜻이며, 방치 시 식도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속이 쓰리거나 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있다면 위염이나 위궤양, 심하면 위암 신호일 수 있다. 알코올은 위벽 보호막을 파괴해 궤양을 만든다. 술 마신 다음 날 설사가 잦으면 대장암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 만성 음주는 대장 선종 발생률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린다. 과음 후 갑자기 극심한 복통이 온다면 급성 췌장염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응급 상황이다.
김형준 과장은 "송년 분위기에 떠밀려 건강 신호를 무시하기 쉽지만, 음주량을 줄이고 간에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는 것이야말로 장기적 건강 유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