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정치인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재판장 서영우)은 17일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8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표는 2016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기동민 전 의원,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대변인(당시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에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금픔을 받은 대상자로 지목된 이들은 지난 9월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 중 기 전 의원과 김 전 장관에 대해서만 항소해 이 의원과 김 전 대변인은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이들이 2016년 기 전 의원에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과 정치자금 등 명목으로 현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수제 양복을 제공했다며 기소했다. 또 이 의원은 같은 해 2월 정치자금 500만원, 김 전 장관은 그해 3월 정치자금 500만원, 김 전 대변인은 2월 정치자금 5000만원을 각각 이들에게 받았다고 봤다.
법원 판단은 금품 수수자로 지목된 이들의 1심 판결과 같았다. 당시 법원은 김 전 회장이 기 전 의원에게 양복을 제공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기 전 의원과 김 전 대표 사이에 공무상 알선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이번에도 김 전 대표가 ‘이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취지로 한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는 김봉현의 진술뿐”이라며 “진술의 상당 부분은 자신이 작성한 수첩에 근거하는데, 수첩 메모가 진실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사정이 있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의) 수사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이 변경됐다”며 “진술 변경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또 “피고인들의 진술 주요 부분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의심스럽다”며 “여기에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4명에게 1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김 전 회장)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운용사였단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부실 관로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사태를 일으켰다. 검찰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이 나왔고 사건은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이 전 대표는 광주 MBC 사장 출신으로, 로비 과정에서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이들의 로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