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공동취재사진
통일교 쪽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수천만원의 현금과 명품 시계를 건넨 의혹과 관련해 최초 폭로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가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통일교 안팎, 경찰 전담수사팀에 제각기 다른 진술을 내놓으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윤 전 본부장 본인의 죄가 가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선택적 진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과의 면담에서 2018년 전 전 장관에게 현금 2천만원과 명품 시계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만들어진 수사보고서엔 2018∼2019년 현금 3천만원에 명품 시계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적혔다고 한다. 통일교 안팎에선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직접 2018∼2019년 현금 4천만원과 명품 시계를 건넸다는 얘기가 나왔다. 통일교 쪽이 전 전 장관에게 공여한 금품 액수가 2천만∼4천만원으로 제각각이고, 시점도 2018∼2019년으로 특정되지 않은 이유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전담수사팀)은 전날 전 전 장관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며 수수한 금품으로는 ‘현금 2천만원’과 ‘불가리 시계’를, 시점으로는 ‘2018년’을 영장에 적시했다. 경찰이 지난 11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본부장을 찾아 접견 조사를 진행한 만큼, 특검팀으로부터 확보한 면담 내용이나 수사보고서보다는 직접 청취한 진술에 중점을 두고 영장 범죄사실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전달 시기와 공여 금액은 당장 처벌 가능 여부가 갈리는 공소시효뿐만 아니라 죄목과 형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 전 장관의 금품 수수 시기와 액수가 ‘2018년 3천만원 미만’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공소시효 7년) 혐의는 물론이고, ‘직무 대가성’을 추가 구성요건으로 하는 뇌물 혐의(공소시효 7년)도 시효가 지난 상황이다. ‘2018년 3천만원 이상’이라면 뇌물 혐의를 적용해야만 공소시효가 살아있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2천만원과 명품 시계가 공여액의 전부라면 명품 시계의 가격이 뇌물 혐의 적용의 관건이 된다.
금품을 제공한 윤 전 본부장도 돈을 준 사람까지 처벌하는 뇌물공여 혐의가 자신에게 적용될 경우 금품 전달 시점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지는 만큼 진술 내용을 전략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 혐의는 금액과 상관없이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금품 전달 시점이 2018년이라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작지만 2019년이라면 공소시효가 수개월 남아 있다. 윤 전 본부장이 공소시효를 계산해 입을 닫거나 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일교 본산인 천정궁에서 내밀하게 이뤄지는 금품 전달 여부를 알만한 인물은 한 총재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이지만 이들에게 진술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억원 외에도 한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금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서 이를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진술을 끌어내지 못해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건은 전 전 장관에게 금품이 전달됐음을 직간접적으로 입증할 만한 통일교 내부 보고서나 회계자료 등 물증 확보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전 전 장관과 함께 통일교 쪽이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2020년 각각 3천만원씩 건넨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