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16일부터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린 드레스덴 공장. 사진제공=폭스바겐 홈페이지
[서울경제]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16일 가동을 멈추는 드레스덴 공장은 2002년 이후 생산량이 총 20만 대도 안 되는 소규모 공장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쟁에서 급격하게 밀려나고 있는 폭스바겐과 전통의 ‘제조 강국’ 위상을 잃어가는 독일 경제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기업도 순식간에 도태되는 것이 글로벌 혁신 경쟁의 냉엄한 현실이다.
폭스바겐의 위기는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요인들의 복합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환을 미루다가 테슬라 등에 기술 주도권을 내줬다. 또 과도하게 중국 시장에 의존하다가 비야디(BYD) 등 중국산 자동차가 내수 시장을 집어삼키면서 경영에 치명타를 입었다. 내연기관 시대의 경쟁 우위에 안주하면서 기술 혁신과 변화를 거부한 탓에 미국과 중국이 이끈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뒤처진 것이다. 최악의 경영난을 겪은 끝에 지난해 노사가 2030년까지 3만 5000명 감원 등 구조조정안에 합의했지만 특유의 노동 경직성도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 유럽 경기 악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등 대외적 여건마저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위기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전방위 ‘제조굴기’로 맹공을 펼치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우리의 자동차·철강 경쟁력을 넘어선 데 이어 5년 뒤에는 반도체·조선 등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모두 추월할 기세다. 미국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의 수출 다변화 전략과 글로벌 교역 둔화 등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하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노동 경직성을 심화시켜 기업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노란봉투법 등 규제 입법을 밀어붙이고 기업들이 요구하는 제도 보완에는 늑장을 부리고 있다. K제조업이 폭스바겐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혁신을 유도하고 기술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할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