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상대 협상력 극대화 목적
통일교가 유명 인사 이용한 의혹
‘정치권과의 커넥션’ 경찰이 캘 듯
통일교가 유명 인사 이용한 의혹
‘정치권과의 커넥션’ 경찰이 캘 듯
한 영상기자가 15일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본부를 촬영하고 있다. 통일교는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권현구 기자
‘통일교 게이트’의 핵심으로 부상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통일교가 유명 인사인 로저스 회장을 통해 정치권 등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의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추진해온 사단법인 한일터널연구회는 2019년 4월 2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로저스 회장을 명예고문으로 추대하는 행사를 가졌다. 1986년 설립된 한일터널연구회는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든 단체로, 이사진 다수가 통일교인으로 이뤄져 있다. 통일교는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가 1981년 통일교 주최 국제 행사에서 한·일 해저터널 구상을 밝힌 이후 이를 숙원사업으로 여겨왔다.
한일터널연구회는 내부 소식지에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세계적 투자 귀재로 알려진 로저스 회장과 연이 닿았다”고 명예고문으로 위촉한 배경을 설명했다. 로저스 회장은 당시 세계일보 인터뷰를 통해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관심받는 중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풀 실마리로 거론되고 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2018년 현금과 시계 등 금품을 전달한 배경으로 한·일 해저터널 사업 추진을 언급했다. 전 의원은 당시 부산 북·강서갑 지역구 의원이었고, 이곳은 통일교가 구상한 해저터널의 한국 쪽 시작점이었다. 이와 관련, 통일교는 20대 대선을 전후해 다수의 지역 정치인들을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 회장의 이름은 김건희 특검이 확보한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본부장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윤 전 본부장은 대선 직전인 2022년 1월 25일 통일교 핵심 간부 이모(60)씨와의 통화에서 “짐 로저스까지는 그거는 제가 해도 다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가 어프로치(접촉)하는 거는 오바마, 힐러리, 일론 머스크”라며 “상원하고 해서 미국 자체 인지도가 높은 사람 해서 8명 했다”고 언급했다. 해외 유력 인사들을 우선 섭외한 뒤 매개 역할을 맡으면서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여야 대선 후보와 로저스 회장의 접촉 과정에서 통일교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1월 로저스 회장과 화상 대담을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2월 로저스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과 유착했는지 여부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핵심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전 의원은 국민일보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저터널의 ‘해’자도 얘기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은 2021년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한·일 해저터널 건설 구상을 내놓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2021년 2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까지 해저터널을 해버리면 부산은 경유지가 돼버린다”며 “대한민국에 있어 완전히 재앙적 상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