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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을 비롯해 한·미·일·중·러 등 인도·태평양 주요 국가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했다. 다만 올해는 비핵화 목표를 담은 문구의 수위가 예년보다 완화됐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필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한국 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가 이런 흐름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3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제3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D·complete denuclearisation)를 촉구하는 대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ARF 의장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과 대조된다. 'CD'에 비해 상향 조정된 비핵화 목표인 ‘CVID’는 북한이 반발하는 요소인 비핵화에 대한 V(검증)와 I(불가역성)을 담고 있다. CVID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원칙이자 북핵 협상의 최종 목표로 평가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내내 유지되던 CVID가 올해 들어 CD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낮춘 건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변화된 대북 기조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RF를 계기로 같은 날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재명 정부가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방송을 멈췄던 사례 등을 거론하며 "남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한·미·일·중·러 등 20여개국이 참석한 ARF의 결과물인 의장성명을 12일(현지시간) 아세안회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북한 관련 대목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됐다. 강조는 기자가 표시. ARF 관련 웹페이지 캡처

박 차관은 ARF 기간 한·아세안, 아세안+3(한·일·중),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 계기마다 남북 긴장 완화,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문제 관련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대화와 외교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며 "많은 국가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소통 재개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런 한국 정부의 남북 대화 재개 의지가 반영된 듯 올해 ARF 의장성명에는 북한 관련 대목에 "평화적인 대화를 '재개'하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문구도 들어갔다. 지난해 성명에선 "평화적인 대화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문구가 담겼는데 올해는 '재개' 측면이 부각된 것이다. 현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 단절된 남북 대화 채널이 복구돼야 한다는 정부의 문제 의식과 개선 의지가 반영된 대목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성명에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시험 발사 급증에 대해 '엄중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한다"는 문구는 예년과 같이 포함됐다. 또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문구도 유지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비확산, 비핵화 문제에 있어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외교 공간은 열어둬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해 미국, 일본 등 여타 국가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한편 북한은 2000년 ARF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올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의 불참은 올해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 외교 관계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양국은 2019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부터 관계가 악화했고 2021년 미얀마가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사업가를 미국으로 송환하자 단교에 이르렀다.

북한은 그동안 ARF 의장성명에서 북핵 문제를 규탄하는 표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매년 노력했다. 반면 올해는 사상 첫 불참으로 제대로 외교전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다만 북한이 ARF 회의 전후로 눈에 띄는 도발을 하지 않았고 대화 재개에 방점을 둔 한국 정부의 기조가 반영되면서 북핵 관련 문안이 올해 들어 오히려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올해 ARF 의장성명에선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회의는 남중국해에서 평화·안보·안정·안전·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남중국해가 평화와 안정, 번영의 바다로 유지되는 것이 주는 이점을 재인식했다"는 대목이 담겼다. 다만 지난해 성명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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