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00년 가입 이래 처음으로 불참
ARF 의장국 말레이와의 단교 영향
"남북 평화공존" 李정부 입장 반영
ARF 의장국 말레이와의 단교 영향
"남북 평화공존" 李정부 입장 반영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11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외교부 제공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위해 남북 및 당사국간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한·미·일·중·러 등 20여개국이 참석한 ARF의 결과물인 의장성명을 12일(현지시간) 아세안회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성명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관련 당사국간 평화적 대화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북·북미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 및 대화 재개를 우선해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풀어나가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성명은 "평화적 대화를 위한 호의적 환경 조성 등 외교적 노력이 최우선 과제로 남아있어야 한다"며 "회의는 ARF 등 다자 플랫폼을 활용해 관련 당사국간 평화적 대화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확성기 중단과 북한 어민 6명 송환 등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지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윤주 외교1 차관은 전날 열린 ARF 계기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남북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노력을 설명한 바 있다.
ARF는 한·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 아세안뿐 아니라 북한까지 참석하는 안보 다자회의체로, 의장성명에 각국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져 왔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지역 안보회의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 2000년 ARF 가입 이래 처음으로 불참했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 여파로 관계가 악화된 데 이어 3년 뒤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씨의 미국 신병 인도로 외교관계가 단절됐다.
한편, ARF 의장 성명은 미국과 중국이 강하게 대립했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부 장관들이 신뢰를 약화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을 훼손하는 토지 매립 등의 활동과 심각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필리핀 등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