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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셜 미디어 통해 복음 접촉점 늘리는 단체 ‘라스트콜 미니스트리’ 데이빗김 선교사
튀르키예에서 복음 광고를 통해 예수를 믿기로 한 시리아 남성이 침례를 받는 모습. 라스트콜 제공

“튀르키예에 사는 시리아 난민입니다. 영상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라스트콜 미니스트리(라스트콜, 공동대표 데이빗김·김밀알 선교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도착하는 다이렉트 메시지(디엠)는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소셜미디어 광고를 보고 ‘복음을 더 알고 싶다’며 연락해 오는 비율은 전체 광고 시청자 중 1% 남짓이다. 언뜻 미미해 보이지만, 전통적 무슬림권 선교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라는 게 데이빗김 대표의 설명이다.

9일 경기도 하남시 라스트콜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무슬림 선교는 전통적으로 ‘우정 전도(friendship evangelism)’ 방식에 기대 왔다”고 했다. 무슬림 문화권에선 선교사 신분이 노출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오랜 시간 다정한 이웃으로 지내며 신뢰를 쌓는다. 충분한 신뢰가 쌓인 뒤에야 자신이 선교사임을 밝히거나 조심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깊은 신뢰 끝에 전도의 열매를 맺기도 하지만 십수 년간 마음 문이 열리지 않아 사역자들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소셜미디어 타깃 광고는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복음 광고는 기독교 영화나 무슬림 출신 기독교인의 간증 영상, 짧은 복음 메시지 등을 각국 언어로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노출한다. 지난해 라스트콜의 아랍어·아프간어 복음 광고를 접한 사람은 약 250만명. 그 중에서 아랍어권에서 개인 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은 6970명, 성경을 전달 받은 사람은 3549명이다. 김 대표는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를 쓰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1억 5500만명에 달한다”며 “2030년까지 1억명에게 복음 광고를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라스트콜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의 지난 5월 광고 결과를 보여주는 분석 페이지. 라스트콜 제공

도달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게 타깃 광고의 강점이다. 라스트콜은 ‘튀르키예에 사는 20~30대 시리아 난민’, ‘독일에 머무는 20대 여성 아프간 난민’처럼 대상을 촘촘히 정해 광고를 집행한다.

“더 알고 싶다고 반응하는 이들을 우리는 구도자(seeker)라고 부릅니다. 알토란 같은 1%죠. 이미 마음에 질문이 있고 스스로 찾아온 사람들이죠. 이들 중에는 꿈속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마음에 믿고 싶은 준비가 된 이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이라 우정 전도보다 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이들에겐 PDF 성경 파일과 양육 자료가 전달된다. 이따금 실물 성경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다. 정체를 감춘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사역이 펼쳐지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 지하철역 보관함에 성경과 자료를 숨겨두고 암호를 전달하는 ‘007 작전’을 벌인 적도 있다”며 “접촉 초기엔 상대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안전하게 복음을 전할 방법을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무슬림 해커를 동원해 너희를 찾아내 죽이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도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항에서 마지막 승객을 부르듯,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복음을 듣게 하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런 마음을 담아 단체 이름을 ‘라스트콜(Last Call)’이라 지었다”고 했다.

데이빗김 선교사가 9일 경기도 하남 라스트콜 미니스트리 사무실에서 라스트콜 사역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디엠을 보내온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스크리닝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같은 언어·문화권 안에서 현지인 사역자와 연결한다. 같은 중동 문화권 국가지만 기독교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는 이집트 사역자들이 주로 동원된다. 라스트콜 아랍 코디네이터인 허드슨 선교사가 이집트 사역자 양성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이집트는 고대부터 콥틱 기독교가 뿌리내려 있는 데다 중동 지역에서는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나라여서 훈련된 이집트 사역자들이 전도자로 최적”이라며 “같은 언어와 문화로 접근하면 경계심 많은 무슬림도 쉽게 마음의 문을 연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재난과 내전, 난민 사태 같은 비극적 상황도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삶의 안전망이 무너지고 마음이 가장 낮아졌을 때 오히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하고 묻는 이들이 많다”며 “그럴 때 진심으로 찾아가 돕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라스트콜이 튀르키예에서 아프간 난민 여성을 위해 진행하는 '마더 드로잉' 안내 포스터. 라스트콜 제공

이재민들의 물 부족이 심각했던 2023년 터키 지진 때는 마을마다 정수기를 나눴고 레바논 난민촌에선 컨테이너 교실을 차려 아동들 대상으로 기독교 영화를 상영했다. 난민 아동을 위한 오프라인 학교 ‘빅드림스쿨’(Big Dream School)뿐 아니라 학교에 갈 수 없는 아프간 소녀들을 위한 온라인 학교도 함께 진행한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마더드로잉’(Mother Drawing·그림 심리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도 라스트콜의 핵심 사역이다. 온라인으로 접촉점을 마련하지만, 본격적인 사역은 철저히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아프간 바이블 칼리지에 대한 ATA 인증서. 라스트콜 제공

복음 광고로 연결된 난민이 자생적으로 신앙을 이어가도록 아프간 난민 대상 신학교 ‘아프간 바이블 칼리지(ABC)’도 세웠다. 2023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고 63명이 신학생의 길을 걷고 있다. 튀르키예 앙카라에 있는 이 학교는 2024년 아시아신학연맹(ATA)으로부터 정식 신학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언제든 선교사가 떠나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으니 현지 사역자가 스스로 제자를 세우도록 돕는 게 필수”라고 신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스트콜의 이런 노하우는 오는 12일 서울 강서구 본월드선교센터에서 열리는 ‘라스트콜 선교 세미나’에서 공유된다. 본죽 창립자 최복이 본월드 대표, 박재완 조이그룹 대표, 김밀알 정바울 허드슨 스카이 선교사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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