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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첫 옥중 소환조사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으로 일관하면 강제구인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환조사가 원칙이고, 특검팀이 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도 못 박았다. 오는 주말쯤 다시 소환을 통보한 뒤 이 역시 거부할 경우 강제구인할 가능성이 나온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오후 2시 소환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응할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불출석 사유서에 구체적인 내용은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새벽 124일 만에 다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다.

박 특검보는 “특검은 서울구치소에 출정 조사를 받을 수 없는 (윤 전 대통령의) 건강상 문제가 입소 시 건강검진이나 관리 과정에서 발견됐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구치소 측에서 보내올) 자료를 검토한 뒤 상응하는 다음 단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자료 검토 결과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할만한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이번 주말쯤 조사 일정을 정해 재차 출석할 것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소환조사가 원칙’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과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계속 공개적으로 출석해온 데다, (조사에) 협조했던 전직 대통령들과 여러 경위와 사정이 다르다”며 “구치소에서의 방문 조사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방문 조사를 하더라도 구치소에서 조사실로 이동해야 해서, 이를 거부할 경우 소환조사에 불응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특검보는 “구속은 구금과 구인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출석 불응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추가 출석 통보와 함께 형사소송법에 따른 다음 단계 조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이 언급한 ‘다음 단계 조치’는 강제구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환을 두고 여러 차례 씨름하지 않고 신속하게 강제구인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속도전을 벌여온 특검으로선 구속되자마자 재판·수사를 거부하는 윤 전 대통령 측과 수싸움에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검찰이 서울구치소를 직접 찾아 옥중조사에 나섰지만 여러 차례 불응한 바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된 뒤 바로 검찰 조사에 출석했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추가 조사는 거부했지만 초기에는 영상 녹화에 동의하는 등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데도 수사기관의 3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된 첫 사례가 됐다. 지난 1월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을 때도 체포 당일을 제외하면 구치소에 머물며 조사를 일절 거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재구속된 10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교정본부 차량이 오가고 있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은 내란 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5.07.10 문재원 기자


특검은 강공 수사를 이어가면서 내란 혐의뿐 아니라 외환 혐의까지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영장 범죄사실은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동기, 이후 행위 등이 모두 연결돼있고 또 다른 범죄사실을 구성할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기지 않은)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장 청구서에 공범으로 적시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신병 확보 계획에 대해선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필요하면 하겠지만 계획하는 건 없다”며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조사 계획에 관한 질문에도 “수사 대상 범죄에 들어가 있어 검토는 하겠지만 소환 계획 등은 세운 게 없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다만 실제 강제구인이 차질 없이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강제구인을 시도한다고 해도 물리력을 동원해 피의자를 조사실로 데려오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공수처는 조사에 응하지 않는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지난 1월20~22일 세 차례에 걸쳐 강제구인 및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강제구인을 강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은 2013년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금된 피의자가 수사기관 수사에 불응할 경우,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강제로 조사실에 데려올 수 있다는 판결을 한 적이 있다. 다만 강제구인에 관한 법률 규정은 없고, 피의자가 검사의 개별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헌법 12조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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