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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中 협력사에 기술 전수하며 단가 인하 유도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률 2배 높인 비결
10여년 참아온 韓, 법정 공방 시작
“트럼프 中 견제에 최대 피해자 될 수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애플 제공

“우리는 1+1이 2가 아니라 3이 되는 일을 해냈다.”

지난 2023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한 말입니다. 이는 애플이 중국 현지 협력사와 오랜 기간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오며, 다른 스마트폰 기업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생산성을 창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애플이 2010년대 초반부터 아이폰 시리즈를 내놓으며 성공 신화를 일궈내는 데 중국이 얼마나 중요한 도구이자 무기였는지를 시사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애플이 1+1을 3으로 만든 진짜 비결을 뭘까요. 쿡 CEO는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경쟁사들이 스마트폰 사업으로 10~1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때, 2배 이상을 뛰어넘는 이익률을 10여년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애플 마법의 이면엔 中에서만 가능한 ‘반칙’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과 기술 유출 문제가 본격적으로 점화하면서 애플의 마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 왔는 지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 장벽을 쌓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에 중국이 아닌 미국, 혹은 다른 국가에 생산 기지를 설립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트럼프의 눈에는 쉬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을 단순히 아이폰의 조립기지 정도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실상을 파고들면 애플에 중국은 좋은 파트너 정도가 아니라 애플의 본체와 유기적으로 붙어있는 핵심 장기 수준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전자·IT·부품 사업 성장 주역 중 하나로 애플을 꼽고 있지만, 이는 애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중국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 아닙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선진 기술 부품을 싼값에 복제할 수 있는 마법, 아니 ‘반칙’이 가능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애플의 ‘1+1=3’ 마법은 중국이 아니라면 통용되지 않을 일종의 반칙입니다. 산술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이 공식은 애플의 부품 공급망 운영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 부품·소재 기업들의 기술을 채택한 뒤 ‘레시피’를 중국이나 대만, 홍콩 등협력사에 유출해 경쟁을 붙이는 식의 멀티 벤더 전략으로 부품 단가를 낮춰온 것입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공급업체들과의 계약을 통해 제품의 제조 과정 전반을 소유하며, 그 과정에는 도구부터 광택 처리 등 모든 디테일이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다수의 애플 직원들을 통해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품질에 상응하는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도록 수년간 도움을 줬다”며 “이를 통해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패널 납품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BOE의 OLED 패널 생산라인 내부. /BOE

피해는 한국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소니 역시 애플의 비전 프로 헤드셋에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했으나, 애플은 중국 시야 테크놀로지라는 디스플레이 업체에 소니의 노하우를 전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비전 프로의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시야 테크놀로지와 소니를 경쟁을 붙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이미지 센서를 비롯해 배터리 등 다른 부품·소재도 비슷한 방식으로 단가 인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적이 된 中, 안팎으로 궁지 몰린 애플
애플에 중국은 단순히 생산기지가 아니라 반칙이 가능한 생태계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애플이 생산기지를 미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한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또 10년 넘게 육성한 숙련된 중국 엔지니어들도 애플의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됐습니다. 최근 폭스콘이 인도 인력을 다시 중국으로 철수시키면서 애플의 인도 생산라인에 비상이 걸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10년 넘게 당하기만 했던 국내 부품 회사들도 하나둘씩 반기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를 OLED 특허 침해와 관련해 제소했습니다. 지지부진한 법정 공방 끝에 ITC는 지난 3월 삼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어 지난 4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BOE와 그 자회사를 상대로 또 다시 OLED 관련 핵심 인력 불법 채용과 기술 비밀 절취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C에서 BOE에 거둔 승소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애플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의도적인 기술 유출이 사실상 불법적이라는 것을 시사하며, 이는 미 정부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중국 기업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단가 후려치기’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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