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63%, 피해자의 67%
30살 이하 청년과 미성년자
이미지 제작·유포에 익숙
게티이미지뱅크
전체 성범죄 규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전년보다 9.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기술에 익숙한 30살 이하 청년층을 중심으로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등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겨레가 입수한 경찰청의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 보고서를 10일 보면,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7257건으로 2023년(6626건)보다 9.5% 늘어났다. 전체 성범죄가 2022년 최고치(4만515건)를 기록한 뒤 지난해 3만5255건까지 줄어든 가운데,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불법촬영·딥페이크 영상물의 촬영·제작·유포를 포함한다. 지난해 10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것뿐 아니라 단순 소지(소지·구입·시청)만 해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의자도, 피해자도 30살 이하 청년과 미성년자 비중이 높았다. 30살 이하 디지털 성범죄(카메라 등 이용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피의자는 전체 연령대 가운데 63%를 차지했다. 피해자 역시 30살 이하가 67%에 이르렀다. 이미지 제작과 유포에 익숙한 청년층이 딥페이크 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를 주도하고, 그 피해도 또래에서 발생하며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연령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딥페이크 성범죄가 논란이 된 뒤 7개월간(지난해 8월~올해 3월) 벌인 ‘허위영상물 범죄 집중단속’에서 붙잡힌 가해자 963명 중 10대 청소년 비중은 69.5%(669명)에 이르렀다. 20대 228명, 30대 51명, 40대 11명, 50대 이상 4명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딥페이크 성범죄에 쉽게 가담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14살 미만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도 72명이었다.
한편 지난해 성인 성매매는 3144건으로 전년보다 4.4% 줄어든 반면,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626건으로 전년보다 37.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을 매개로 한 성매매에 취약한 탓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은 보고서에서 “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에스엔에스(SNS)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 조건만남 채팅앱 등에 아동·청소년들이 노출된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임재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