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해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채 상병 특검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고발된 윤석열 정부의 법무·외교부 장관들에 대한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이첩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채 상병 특검팀은 공수처로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전 법무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지난 4일자로 이첩 받았다. 세 사람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되는 과정과, 이후 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어 호주로 출국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해 3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가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한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대통령실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안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며 그를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세행은 그 무렵 박 전 장관과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범인도피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조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에 임명하면서 이 전 장관의 ‘도피’가 가능해졌다는 게 사세행 측 주장이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해 경찰로 이첩됐던 수사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당시 공수처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 전 장관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시키고, 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이 끝내 출국하자 ‘피의자를 도피시키기 위한 인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채상병 특검팀은 공수처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에 연루된 이들의 혐의 전반에 대해서도 검토를 할 전망이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이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인 만큼 이들도 향후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향신문
최혜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