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 아무것도 못하는 위치
당대표로 나가 능동적으로 혁신할 것"
"집단지도체제 부활 땐 콩가루 된다"
안철수(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의사당에서 혁신위원장직 사퇴 및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9일
“혁신위원장으로는 제대로 된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고 사퇴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당대표로 나가 능동적으로 (국민의힘을) 혁신하겠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인물을 혁신위원장에 앉힌다 해도 근본적인 혁신은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마저 피력했다.
안 의원은 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혁신위원장은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 위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혁신위원장이 전권을 가지지 못하면 혁신을 못 하는데, 나에게 (전권을) 안 준 것을 보면 그다음도 받기 힘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안 의원 인터뷰 방송 직후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신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 결과적으로 ‘윤희숙 혁신위’의 앞날도 어두울 것으로 점친 셈이다.
‘전권 위임 약속을 미리 받지 않은 건 순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안 의원은 “앞서 (혁신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최고 수준의 혁신’을 하겠다고 직접 말했다”며 “나는 그것을 ‘전권을 포함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이 약속을 뒤집은 게 진짜 문제라는 얘기였다.
특히 혁신위원장직 사퇴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당권 경쟁자인 조경태 의원이 ‘(안 의원 행보는)비민주적’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안 의원은 “세부적 내용을 모르고 한 말”이라며 “내가 인선하지 않은 사람들을 당에서 마음대로 인선한 다음에 나더러 그 회의에 들어가라고 하면 그게 민주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도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당을 비판해야 한다. 나를 비판하면 적반하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권영세·권성동 의원, 이른바 ‘쌍권’의 비판과 관련해선 “조목조목 할 말은 있지만 말을 삼가겠다”며 “당이 뭉쳐야 하는데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들을 국민과 당원에게 보여주는 건 실례라고 생각한다”고만 언급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충무동산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동훈(가운데) 전 국민의힘 대표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엔 당권 도전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출마 결단을 촉구
했다. 안 의원은 “다 나와서 혁신을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당원들도 ‘우리 당이 정말로 누가 돼도 혁신이 될 수 있겠구나’ 이렇게 믿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그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 전 대표를 향해 “과감하게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고, 당 혁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집단지도체제 부활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
콩가루 집안처럼 돼서 아무것도 협의가 안 될 것
”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여당(시절)이라든지, 평화 시에나 할 수 있는 방법이고, 내부 분란이 굉장히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현재 우리 당에서 필요한 게 개혁이라면, 1인 지도 체제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박지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