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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단독] "尹 진짜 나쁜 사람이네" 김용태가 혀 찬 '尹탈당' 비하인드 [강찬호의 뉴스메이커]

랭크뉴스 | 2025.07.09 09:30:03 |
국민의힘 의원 김용태 - 최연소 비대위원장의 6·3 대선 비화 격정 토로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990년생 당내 최연소 의원(초선·포천가평)으로 지난 5월 11일 107석 거대 정당 수장에 파격 발탁돼 6·3 대선을 총지휘했다. ‘내란 정당’으로 전락한 당의 개혁에도 힘을 쏟았지만 친윤 등 주류의 반발로 49일만인 지난달 30일 물러났다. 퇴임 회견에서 당의 혁신 점수가 ‘빵점’이라고 일갈한 그를 만나 대선 패인과 향후 보수정당의 살길을 들어봤다.

“감옥도 갔다” 설득에 4시간 만에 수락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12·3 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자 당내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당의 혁신점수를 빵점으로 준 그는 “당 비대위원장이던 나 역시 당연히 빵점”이라며 107명 소속 의원 전원의 환골탈태만이 개혁의 키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Q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명으로 비대위원장이 됐는데 인연이 있었나요.

A :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 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5월 11일 나경원 의원이 ‘국회 청사 227호로 잠깐 와달라’고 전화했어요. 가보니까 김 후보와 나 의원 둘만 있어요. 김 후보가 대뜸 ‘비대위원장 맡아달라’고 해요. 당황해서 ‘초선이고, 부담스럽다’고 사양하니 김 후보가 내 손을 잡고 ‘당신 나이에 난 감옥도 갔는데 무서울 게 뭐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해요. 그래서 ‘당신이 (계엄·탄핵에 대해) 해온 발언과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는데,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런 얘길 해도 괜찮겠나’고 하니 옆에 있던 나 의원이 ‘다르지 않을걸요’라고 해요. 그 순간 ‘정치는 이런 건가 보다’라고 느꼈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방을 빠져나온 뒤 참모진과 회의를 하고 서너 시간 뒤 수락 전화를 드렸어요.”
윤 전화번호도 몰라 전한길이 다리 역할
친윤, 윤 감싸다 표 떨어지니 ‘말려라’ 요구
김문수, 대선 1주 전 ‘단일화 얘기 그만’ 요청
국힘, TK서도 지방선거 질 판…궤멸 눈앞에


Q :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는요.

A :
“보좌진이 ‘대선에서 이기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과 계엄 사과가 기본인데 그걸 할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대로 해 대선을 이길 수만 있다면 ‘들러리’ 소리를 듣든 말든 문제 안 된다고 여겨 결단했어요.”

Q : 그래서 비대위원장 되자마자 ‘윤석열 탈당’을 요구했군요.

A :
“초미의 과제였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을 나갈 때 상황과 비교를 해봤는데 박근혜 지지층보다 윤석열 지지층의 응집이 더 강해, 그를 (강제) 출당시키면 그의 지지층이 대선에서 기권할 수 있다고 당내 분석팀이 우려하더군요. 당시 민주당 지지층의 이재명 지지율이 우리 당 지지층의 김문수 지지율보다 2배 높았기에 집토끼 이탈은 치명적이었죠. 결국 5월 15일 취임 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출당 대신 ‘탈당’을 제안하고 마지노선을 17일로 잡았어요. 그걸 넘기면 윤리위를 가동해 출당시킨다는 구상도 있었고요. 또 헌법을 위반한 당원(윤석열)은 당적을 제한하는 당헌·당규도 신설키로 했죠. 그러고 윤 전 대통령을 만나 탈당을 제안하려 했는데, 통화부터 안 됐어요.”
“전화도, 텔레그램도 ‘씹은’ 윤석열”

Q : 통화가 안 됐다니요?

A :
“윤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는데 그 번호를 알 수가 없더군요. 결국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한테 ‘윤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전했는데 전씨가 ‘대통령에게 당신 뜻을 전하니 정치인은 안 만나겠다고 하더라’고 해요. ‘그럼 내가 직접 통화하겠다’며 전씨에게서 번호를 받아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안 되는 겁니다. ‘김용태입니다. 연락드리고 싶습니다’란 텔레그램을 보냈는데도 답이 없고요. 기가 막혔습니다. ‘탈당을 포함해 뭐든 김문수 후보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메시지를 낸 분이 정작 자신이 속한 당 비대위원장의 전화나 문자는 일체 무시하니 말이죠. 결국 출당밖에 답이 없다고 여겨 ‘윤리위 가동 준비하라. 윤리위원들 명단 뽑아오라’고 지시했어요. 그게 16일 밤이었는데, 심야에 김문수 후보 측근의 전화가 왔어요. ‘당신이 뭘 할지 알 것 같은데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해요. 감이 오길래 ‘알겠다’ 하고 끊었어요. 이튿날 아침 5·18 추모식 참석차 광주에 갔는데 기자들이 ‘대통령 곧 탈당할 듯하다’고 해요. 결국 그날 탈당이 이뤄졌죠.”

Q : 국민의힘 의원들은 탈당에 어떤 입장이던가요?

A :
“탈당을 요구한 날 몇몇 의원들이 찾아와 ‘(탈당에 대해) 물밑 조율 중이었는데 왜 난리냐. 저 사람(윤석열) 성격 모르냐? 망신 주면 더 안 하니 조용히 처리하자’고 항의해요. 어이가 없었죠. (김문수 후보와는 탈당 논의 안 했나요?)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 시키는 게 도움이 되느냐’고만 묻더군요. ‘당에 없어야 도움이 된다’고 답하니 아무런 말을 안 해요. 그때 ‘윤 전 대통령, 진짜 나쁜 사람이네’란 생각이 들었죠.”

Q : 나쁜 사람이라고요?

A :
“진영에 대한 고민이 하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과거 보수 정당 대통령들은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나를 밟고 가라’고 했는데,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장관을 시켜준 김문수 후보가 차마 탈당하란 말을 못할 걸 알고 ‘후보 말만 듣겠다’며 버틴 거잖아요. 당을 자신의 재판 방패로 쓰려 한 것 아닌지 의심마저 가고요. 보수 정당 박살 낸 사람이 본인 탓에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이런 처신을 하는 걸 보고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란 생각이 든 겁니다. (개인적인 인연은요?) 그분이 4년 전 우리 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직후 당사 화장실에서 처음 조우한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내가 먼저 ‘청년 최고위원 김용태입니다’라고 인사했어요. 그러자 그분은 내 어깨를 치면서 ‘잘 부탁해’라고 하고 나가는 거예요. 내가 어리더라도 지도부였잖아요. 좋은 인상은 아니었어요.”

Q : 탈당으로 반전이 이뤄졌나요.

A :
“탈당 이후에도 중도층 지지율이 안 올라 당황했죠. 중도층은 ‘출당이 답인데 탈당이란 미봉책으로 넘어갔다’고 봤을 겁니다. 그런데다 당은 ‘탈 윤석열’ 에 발버둥 치는데 윤 전 대통령은 보란 듯 부정 선거 영화를 보러 가고 ‘우파 국민들, 김문수 뽑아주세요’ 같은 메시지로 표를 깎아 먹으니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어이가 없는 게, 그때 친윤 의원들 5~6명이 내게 전화해 ‘대통령 좀 가만히 계시라고 해달라’고 해요. 친윤들도 윤 전 대통령 처신이 감표 요인임을 알기는 안 거죠. 그래서 5월 31일 ‘윤 전 대통령은 당에 얼씬도 하지 말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낸 겁니다.”

Q : 탈당이 일단락된 뒤론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를 외쳤는데요.

A :
“진정성있게 단일화를 추진하되, 서로 생각이 달라 불가능하다면 플랜 B(3자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봐 가장 빨리 단일화를 제안했죠. 플랜 B는 김문수가 보수·중도, 이준석이 연성 민주당 지지층 표를 확보하는 전략이었고요. 마침 ‘호텔 경제학’ ‘커피 원가’ ‘유시민 망언’ 등 이재명 후보에 3대 악재가 터지며 지지율이 떨어지길래 단일화 여건이 좋아졌다고 봤죠. 한데 ‘3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다. 김용태 자기 정치한다’는 목소리가 김문수 캠프에서 나오더군요. (오판인가요? 아니면 3자 구도로는 질 걸 알면서도 대선 뒤 당 장악을 노려 단일화를 반대한 걸까요?) 질 걸 알면서도 (대선 뒤를 의식해) 그랬던 것 아니겠습니까? 어이가 없어 ‘나이가 어려 차기 대선 출마 못 하는데 무슨 자기 정치냐’고 반박했어요.”
“대선 1주 전 단일화 기회 실재했다”

Q : 그래도 단일화를 위해 막판까지 노력한 것으로 아는데요.

A :
“대선 1주 전 이준석이 김문수를 2% 포인트 격차로 따라붙은 경쟁력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이걸 접한 개혁신당 일각에서 ‘경쟁력 조사가 기준이면 단일화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이준석으로 단일화될 경우 당이 쓴 선거비용 수백억원을 보전받을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안된다는 답을 들었어요. 그래도 이길 수만 있다면 그 돈 날릴 리스크쯤은 걸어야 한다고 보고 김 후보에게 경쟁력 조사로 단일화할 의중을 물었더니 ‘단일화 얘기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 때문에 3자 구도에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단일화 논의는 김재원 비서실장과 얘기해달라’고 해요. ‘김 후보가 3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해 단일화 카드를 접고 5월 27일부터 ‘3자 구도로도 김문수 이긴다’는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죠.”

Q : 대선 이틀 전 ‘김문수가 1%포인트 차로 이재명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는 설이 김문수 캠프에서 돌았는데 그와 관련 있나요?

A :
“캠프에 그런 조사가 갔다고 들었지만, 당엔 안 왔어요. 저는 당 산하 여의도연구소의 조사만 보고받았는데, 대선 이틀 전 세 후보의 실제 득표율과 비슷한 수치가 나왔어요. (골든 크로스는 없었군요?)그렇죠. ‘계엄 심판’이란 핸디캡이 분명했던 선거였죠. 김 후보가 보다 명확하게 계엄을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Q : 당 개혁을 위해 대표에 도전할 생각은요?

A :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등 비대위원장 시절 추진한 5대 개혁안은 당 개혁의 최소 조건이었는데 그마저도 ‘김용태의 자기 정치’라고 비난하는 분들을 보고 진정성을 보이려고 대표 도전을 접었어요. 재선 의원 18명이 저를 지지하는 서명을 하고 권영진 의원은 공개 지지도 했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당이 위기란 인식 공유조차 거부하고 있어요. 이대로면 내년 지방선거는 대구·경북마저 뺏길 우려가 큽니다. 벌써 대구에선 김부겸 전 총리가 시장감으로 각광받고 있대요. 누군가 ‘지방선거 완패하면 좋겠다. 그래야 당이 정신 차려 3년 뒤 총선에 희망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불편한 진실 아닐까요.”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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