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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한풀 꺾인 ‘부동산대학원 열풍’…부동산 경기·스타 교수 따라 ‘흥망성쇠’[비즈니스 포커스]

랭크뉴스 | 2025.07.09 07:46:02 |

“전국에 우후죽순 생기더니 지금은 많이 줄었다.”

한때 열풍이 불었던 부동산대학원 시장이 ‘옥석 가리기’에 한창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꺾인 후 파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대학원은 연구원 취업이나 박사 진학 등을 목적으로 한 일반대학원과 달리 현업 관계자들 간 인맥 형성을 돕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경기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위축이 처음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새로운 수익원이 부족한 대학 입장에서 부동산대학원은 버리기 어려운 카드에 속한다. 게다가 인맥 활용이 필요한 일부 직군 종사자들에게는 “등록금이 아깝지 않은 투자”로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원이 이미 폐교 수순을 밟은 가운데 일명 ‘스타 교수’를 모시고 부동산대학원 신설 및 강화에 나선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와 마찬가지로 거품이 빠지는 대신 수강생도 교육기관도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다.
살아남은 부동산대학원 10곳 남짓
7월 2일 기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부동산대학원’ 간판을 달고 인재를 양성 중인 특수대학원(야간)은 전국에 6개에 불과하다. 이름은 다소 다르지만 이 밖에 부동산 전공을 가르치는 특수대학원으로는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창신대 부동산경영대학원 정도가 있다.

이들 대학원은 대체로 역사가 오래돼 탄탄한 기반을 다졌거나 일명 ‘스타 교수’들이 이끌고 있다. 그 외에 부동산대학원으로 통칭하는 곳 대부분은 일반대학원이나 경영대학원, 행정대학원 등 소속의 부동산 관련 학과이다.

그중 단연 선호도가 높은 곳은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이다. 입학정원(석사)이 전기, 후기 합쳐 매년 200명으로 가장 많으며 매해 높은 경쟁률로 정원을 채우고 있다. 건국대는 1970년 행정대학원 내 부동산학 전공(석사과정)을 신설한 이래 학부와 일반대학원 석박사 과정까지 두루 갖춘 ‘부동산학의 요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대학원도 2000년 설립한 이래 현재 통용되는 ‘부동산대학원’의 형태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뒤를 명지대, 한성대 등이 뒤따르고 있으며 도시공학에 강한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도 설립 10년을 넘기며 완전히 자리를 잡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분야 1위인 건국대조차 신입생 지원자가 줄고 있는 가운데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수대학원으로 독립하며 몸집을 불렸던 부동산학과도 다시 일반대학원, 경영대학원 등 소속으로 리턴하는 추세다. 전주대 부동산대학원과 한양사이버대 부동산대학원 등이 최근 사라졌다.
‘스타 교수’ 모시기, 홍보 효과↑
반면 이때를 틈타 유명 교수를 내세워 신설되는 곳도 있다. 지난 2024년 부산 동아대에서 부동산대학원이 신설됐다. 같은 지역 동의대 전임교수로 오래 일했던 강정규 교수가 대학원장을 맡았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학·석사 출신인 강 교수는 창신대 부동산학과를 거쳐 부산 동의대에 자리를 잡은 유명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학 1호 박사’ 타이틀에 표준어 말씨로 지역 방송가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평이다.

서울에서는 서진형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가 경인여대에서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최근에는 권대중 교수(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가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에서 한성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 영입과 함께 한성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전공 대학원을 설립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권대중 교수는 심교언 국토연구원장(건국대 교수)과 쌍벽을 이루는 ‘스타 교수’이자 부동산학계 권위자로 유명하다. 2024년부터 서강대 강단에 선 권 교수는 그전까지 명지대에서 20여 년간 재직했다.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이기도 한 그는 언론 인터뷰와 부동산 특강을 통해 대중 인지도가 높은 전문가로 꼽힌다.

역시 대중 인지도가 높은 한문도 교수는 전임교원은 아니지만 동의대, 연세대 정경대학원을 거쳐 현재 명지대 산업대학원(투자실물분석학과) 겸임교수와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소위 ‘입결’로 줄 세워진 학부 서열과 달리 ‘○○○ 선생님 제자’로 통하는 것이 중요한 대학원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기존 전공자가 아닌 부동산대학원 지원자 입장에서는 대중성이 강한 교수의 이름값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교에서도 이 같은 ‘홍보 효과’를 다분히 의식해 교수를 임용한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접어든 뒤 이 같은 ‘스타 교수’의 역할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프라임 타임대 지상파 3사에 몇 초 광고가 나가는 데 억대가 드는데 전문가가 학교 타이틀을 달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정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활발한 대외활동 ‘슈퍼 E’에 유리해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대학원이 ‘속 빈 강정’은 아니다. 오랜 역사와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곳일수록 전반적인 수업의 질도 높다는 평가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한 졸업생은 “유명 교수 강의가 아니어도 생각보다 수업 퀄리티가 높고 출결 체크가 엄격해 재학 기간에 만족도가 높았던 동시에 업무와 병행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졸업생은 “수업시간을 채워야 하고 난이도가 꽤 높은 시험을 보거나 논문을 제출해야 졸업이 가능해 특수대학원인데도 학위를 따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현업을 대상으로 한 특수대학원인 만큼 학교 차원에서도 인맥 형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행사와 시공사, 언론계, 금융권 등 각계에서 다양한 신입생 구성이 나오도록 일명 ‘직종 쿼터’를 둔다는 분석이다. 원우회와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골프대회,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를 열어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3교시’도 흔하다. 평일 야간대학원은 일러도 오후 7시에 가까운 늦은 시간에 수업을 시작해 2교시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3교시는 되도록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수업 뒤풀이를 뜻한다.

한 전문직 재학생은 “각종 대외활동 덕분에 동문들에게서 등록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일감을 딸 수 있었다”며 “인맥끼리 돕는다는 측면에서 지금 같은 불경기일수록 오히려 효용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재학생은 “금융업계나 신평사 종사자 등을 만날 수 있어 시행업을 하는 사업가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다른 직군에 그 정도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며 “‘묻지마 지원’이 줄면서 경쟁률도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외활동 등을 위해 학비 외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하고 늘 친목 도모를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내향적인 입학생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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