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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 평균 2.8%에 불과하다. 코스피는커녕 저축은행 이자보다도 낮다. 제도 도입 20년이 지나도록 자산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 있다. 수익률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디폴트옵션은 복잡한 절차와 낮은 실행률로 유명무실하고, 직접 운용은 진입장벽이 높다. 결국 ‘전문가만 수익 내는 제도’로 굳어졌다. 10년째 표류하던 ‘기금형 제도’ 도입 논의가 하반기 본격화된다. 국민연금처럼 집합 기금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조만 바꾸고 성과는 제자리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수익률 제고 없인 개혁도 무의미하다.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한국경제

한국 직장인에게 퇴직연금은 여전히 낯설다. 퇴직연금에 가입했더라도 노후에 연금을 받아 생계에 보태는 이들의 비중은 높지 않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계좌 가운데 연금 방식을 선택한 비중은 13%에 그친다. 나머지 87%는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했다.

퇴직연금 대신 퇴직금을 선택해 한 번에 목돈을 받아 집을 사는 데 보태는 식이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퇴직금을 미리 받아서 여행을 가거나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곧 퇴직금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모든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퇴직금 일시금 지급 방식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기금화해 운영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퇴직연금 수익률(5년간 2.86%)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자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술대에 오른 퇴직연금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Q. 퇴직연금 모두가 신청할 수 있을까?아니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 비중은 2022년 기준 26.8%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9%인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23.7%에 그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퇴직연금 재원 마련에 부담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퇴직연금제도 미도입 사업장은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나 부양가족 의료비 지출, 개인 파산 등의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에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Q. 우리 회사는 어떤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했을까.
기업은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연금제도 또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해야 한다. 기업이 부담금을 납입하는 퇴직연금은 DB형과 DC형으로 나뉜다. 근로자가 어떤 퇴직연금에 가입했는지 모른다면 일반적으로 가입제도가 DB형이라고 보면 된다.

결정적인 차이는 퇴직금의 운용 주체에 있다. DB형은 기업이 노동자의 퇴직급여를 운용하고 노동자가 퇴직할 때 법정 퇴직급여(직전 3개월 평균임금×근속연수)를 지급한다. 노동자에게는 퇴직금과 큰 차이가 없다. 퇴직연금을 운용한 결과 수익이 난다면 이는 회사에 귀속되고 만약 손실이 나도 기업의 책임이다.

DB형에 가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 배당형’보다 ‘원금 보장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DC형의 운용 주체는 가입자(근로자)다. 기업은 근로자의 재직 기간 중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연·분기·월 단위로 노동자의 DC 계좌에 지급한다.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급여를 운용해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고 손실이 나더라도 근로자의 책임이다. 개인형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근로자가 퇴직이나 이직할 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한 계좌로 모아 노후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Q. DB형 vs DC형, 어떤 게 더 유리할까?
그렇다면 DB형과 DC형 중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을까. 단순하게 얘기하면 임금 상승률이 운용 수익률보다 높을 때는 DB형이 유리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DC형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임금피크제’를 기점으로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사 당시 연봉 1200만원에 신입 사원으로 근무하게 된 B 씨는 입사 후 3년 뒤 퇴사하게 됐다. 지난 3년간 B 씨의 연봉은 해마다 4%씩 인상됐는데 이때 B 씨가 지급받게 되는 퇴직금은 퇴사 당시의 월급인 108만원×3년으로 324만원이 된다.

만약 B 씨가 DC형에 가입돼 있었다고 하면 입사 첫해 100만원, 그다음 해 인상된 월급 104만원, 퇴직 당시 월급 108만원을 더한 312만원이 기본 퇴직금이 되고 여기에 투자 수익이 더해진다. 결국 근로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퇴직급여를 운용해 ‘플러스 알파’를 높이느냐에 따라 최종 금액이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의 절반가량(49.7%)은 DB형에 가입돼 있으며 DC형(27.4%)과 IRP(22.9%) 가입자가 그 뒤를 잇는다.
Q. 개인형 IRP 장점은 뭘까?개인형 IRP는 퇴직금이나 개인의 여유자금을 추가로 입금해 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가입 후 개인부담금은 연간 1800만원 한도 내에서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 저율의 연금소득세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총 급여 55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하인 경우에 16.5%의 세액공제를, 총급여 5500만원 초과 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초과 시에는 13.2%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개인형 IRP는 금융소득종합소득신고자,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임대소득자 등은 가입할 수 없다. Q. 퇴직연금 수익률은 왜 낮을까?
퇴직연금의 전체 수익률은 2024년 말 기준으로 직전 5년간 연 2.86%, 직전 10년간 연 2.3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이 높은 탓이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은 83%에 달한다. 특히 DB형은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3%였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구성은 작년 말 기준 예·적금(154.6조원, 35.8%), 보험(125.3조원, 29.0%), ELB(34.1조원, 7.9%)였다.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된 시점에서도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다. 원리금보장상품보다는 높지만 실적배당형상품이라고 해서 크게 나은 상황은 아니다. 실적배당형도 직전 5년간 수익률이 연 4.77%, 10년간 수익률은 연 3.44%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적절한 분산투자가 되지 않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 충분한 대비가 되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말한다. 이는 현행 퇴직연금제도의 한계점 때문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고 변경해야 하는 구조다.

바쁜 업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금융시장을 분석하고 상품을 공부해가면서 퇴직연금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보니 상당수의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상품에 방치해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Q. 투자를 못하면 DB형이 나을까?그렇지 않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정부는 2022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기본 투자 상품을 정해두는 제도다.

운용 지시란 적립된 금액 내에서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매수하는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자산운용에 참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운용해준다. 그러나 도입 3년 차인 현재 디폴트옵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안내가 없어 ‘디폴트옵션’을 제대로 활용하는 투자자가 거의 없는 탓이다.
Q. 디폴트옵션 효과 미미한 이유는? 한국은 가입자가 직접 ‘디폴트옵션’을 지정해 운용사에 운용을 맡겨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더구나 디폴트옵션 상품도 적게는 7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있어 가입자들의 선택이 어렵다.

그중에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돼 있어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을 넣은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반면 디폴트옵션이 잘 운영되고 있는 호주는 가입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업자(금융사)가 제시하는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투자가 되는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디폴트값으로 설정돼 있는 상품이 존재한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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